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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일본

 

이쪽은 노무현 때고, 저쪽은 고이즈미 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일본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과하게 하여 모든 언론이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그 어느 날, "고이즈미에게 편지나 한 통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장은 없었다. 

 

최근 한일관계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80%다. 이는 정부여당에 대한 심정적 탄핵을 뜻한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가 결정타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군사협력 관계 등 핵심사안들이 상식과 여망을 지나치게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독도에 대해서도 그간 결코 흔들리지 않았던 '단호함과 당연함'이 변질될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의 친일 저자세가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지난 편지 한통을 꺼내 읽으면서, 등장인물들만 바뀌었을 뿐, 한일간의 정치외교는 단 1센티미터도 발전이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곱절로 악화되고 퇴보하였다.

 

고이즈미 총리께!

 

저는 한국의 서울에 사는 40대 중반의 가장입니다. 제가 선생께 편지를 쓰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물론 금지된 일도  아닙니다. 이는 매우 유의미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일본을 싫어합니다. 일본과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국민이 마치 전쟁에 동원되는 병사들처럼 몰입합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소위 '스포츠 정신'은 제로입니다.

 

그 이유는 잘 아실 겁니다. 서로 이웃하여 살면서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오랫동안 지속적인 피해를 입어왔기 때문입니다. 단순합니다. 이와 달리 얘기하는 사람들은 돈이나 표를 노리는 자들입니다.

 

100년 전, 일본은 강제로 우리나라를 빼앗았습니다. 우리말을 못하게 하고 우리글도 못쓰게 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끌고가서 강제노동을 시켰고, 어린 처자들은 위안부노릇을 하게 했습니다. 36년 동안 일제가 저지른 악행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고통스럽습니다. 한 마디로 압축하면 ‘야만의 광란’입니다.

 

그 천인공노할 만행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언제나 놀랍습니다. 천연덕스럽게 파렴치합니다. 야쿠자를 비롯하여, 다수의 정치인들과 장관들, 도지사, 주한 일본 대사, 총리인 선생까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다단계 깡패집단의 면모입니다.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강제로 욕보인 여성에게 가진 것 다 내놓으라고 큰소리 치는 것입니다. 제 정신이 아닙니다. 유사 이래, 지진과 해일로 고난을 당하며 살아온 일본사람들 개개인과 그 역사에 새겨진 유전자의 문제겠구나, 생각하면 마음이 짠합니다.

 

그래서 화가 나기 전에 측은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선생이나 동경대학의 와다 하루키 교수 등 다수의 품위있는 지성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총리! 
선생은 이 땅에서 36년 동안 자행된 일제의 야만과 광기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수의 점잖게 보이는 신사들이 벌건 대낮에 벌거벗고, 동경 시내 한 복판을 질주하며, 닥치는대로 찌르고, 죽이고, 부수고, 빼앗고, 겁탈하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그 편집되지 않은 컨텐츠가 바로 일본의 자화상입니다. 100년 동안 그대로입니다. 

 

역사는 자유와 정의, 따뜻한 인본주의, 감동적이고 격조 높은 문화와 예술, 경계 없는 협력과 그 연대의 아름다운 결실들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합니다.

 

진정한 반성과 사과로 그 더럽고 부끄러운 손을 씻고, 이제 그 품격 세계관으로 이 위태로운 세상을 구하는 쪽에 서기를 권합니다. 슬픈 세계사를 종식하는 위인이 되기를 청합니다. 모두가 평화롭고 다정하게 사는 길입니다.

 

아주 작은 변화라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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