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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즉흥환상곡

 

총선이 임박한 모양이다. 선정성 공약이 널을 뛰고 있다. 전 세계에서 서울만큼 비대한 나라도 없다. 그런데 또 서울을 키운단다. 서쪽으로 쭉 빠진 김포를 서울로 밀어 넣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판단인가?

 

국힘당은 ‘김포 서울 편입’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으로 조경태의원을 임명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조의원이 토목공학박사 출신으로 도시 설계 등에 전문적 지식이 있는 분”이라며 “김포의 서울 편입 건의를 적극 검토함에 따라 선수도 비중 있게 높였다”라고 논평했다.

 

한 나라의 국토를 개편하는 데 급이 높은 ‘선수’ 운운하는 게 온당한가. 급 높은 선수를 등장시키면 급 낮은 담론이 금방 고질화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정치를 희화화해도 유분수다. 지금 세간에는 김포-서울 편입을 두고 특정 정당 편을 드는 논객들이 나와 도쿄와 파리를 팔고 있다. 이 도시들은 인근 도시를 편입해 비대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2016년 새해 벽두 프랑스는 그랑 파리(Grand Paris) 메트로폴을 구성했다. 이 권역에는 파리와 인근 도시 센-생-드니, 오-드-센, 발-드-마른 주와 아르장퇴유, 그리고 포르트 드 라 에손 주 등이 들어 있다. 그랑 파리는 파리와 파리 외곽 도시를 권역으로 묶어 새로운 메트로폴로 탄생시킨 것이다. 인근 도시를 흡수해 파리를 비대하게 확장한 게 아니란 말이다. 파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면적 105.40km²의 도시이고 그랑 파리를 구성하는 인근 11개의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그랑 파리를 구성한 이유는 도시 계획, 주거, 비상 숙박, 기후 변화, 또는 경제 개발과 같은 주요 분야에서 여러 도시들이 힘을 합쳐 함께 연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협력은 메트로폴 건설에 필요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랑 파리는 ‘수도권의 지속 가능하고, 연대적이며,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도시, 사회, 경제 프로젝트’로 이 지역을 더 매력 있게 만들어 런던이나 상하이와 같은 세계적인 도시들과 경쟁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해진다. 왜 김포를 서울로 편입시키려 하는 것인가? 그랑 파리와 같은 대의명분이 하나라도 있는 것인가? 있으면 제발 제시해 주길 바란다.

 

사실 ‘그랑 파리’는 ‘고통스러운 출산’이었다. 탄생하는데 걸린 시간이 150년이나 걸렸다. 19세기 후반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시작돼 2016년 첫 삽을 떴다. 공식 출범을 위해 수많은 토론을 거쳐야 했고 법률 준비에도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김포-서울 편입, 하루아침에 뚝딱 지은 이 즉흥환상곡. 과연 우리가 들어줄 수 있는가. 이런 식의 미봉책만 즉흥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한국의 선거판. 어떤 처방전을 내놓아야 고칠수 있을까? 무능한 정치학자의 심장은 천근만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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