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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세 사기, ‘쪼개기 대출’에 관대한 은행도 책임 있다

‘법인’에 느슨한 은행들의 무책임한 대출도 철저히 점검해야  

  • 등록 2023.11.21 06:00:00
  • 13면

경기도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수원의 전세 사기 피해 규모는 지난 10일 기준 550건에 약 800억 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은행권의 안일한 대출 행태’ 문제를 제기한다. 은행들이 위험성을 알면서도 ‘쪼개기 대출(공동 담보대출)’을 무분별하게 해주는 대출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깡통전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은행이 특히 법인에 대해서 느슨하게 대출을 허가해주는 풍토를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피해자들은 임대인이 부동산 법인을 통해 손쉽게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었고, 전세대출 또한 은행의 자체적인 판단을 통해 진행돼 피해를 키웠다며 관련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원 전세 사기’ 피의자인 정씨 일가의 경우, 지난 2020년 5월부터 여러 개의 부동산 법인을 설립, 자본이 부족했음에도 대출금에 의존해 임대사업을 확대해 왔다. 


정씨 일가가 세운 법인 중 하나는 전체 자산총계 대비 자본금의 비율이 1.9%에 불과하고 부채비율은 98.1%에 달했다. 부채가 자본금의 50배에 달해 사실상 ‘빚’으로 거래를 해온 셈이다. 피해자들은 은행이 도대체 무엇을 보고 법인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것인지 의문이라며 분통을 터트린다. 주택 여러 세대를 하나로 묶어 대출을 따내는 ‘공동 담보 대출’은 대출 한도가 꽉 찬 일명 깡통주택을 빚이 없어 보이게 만드는 수법으로 악용된다.


피해자들은 전세대출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선순위채권 등과 관련한 전세대출 가능 여부가 개별 은행의 판단에 따라 중구난방 이뤄지면서 결국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화성대책위원회가 피해건물 중 28곳의 전세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9개 금융기관에서 무려 330건의 대출이 이뤄졌다. 


공동 담보대출은 국회에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쪼개기 대출’로 자금을 마련해 계속 건물을 늘려나간 수원 전세 사기를 예로 들면서 “어떤 식으로 은행에서 대출이 일어났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한바 있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8000여 명 중 절반 가까운 피해자들이 보증금 1억 원 이하이고, 피해자들의 연령대도 40세 미만 청년층에 71.4%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들도 알기 어려운 ‘공동 담보대출’이라는 제도를 동원하는 사기꾼들과 허술한 은행의 대출 관행에 사회 초년생인 청년층들이 걸려든 결과인 셈이다. 


교묘한 사기술을 동원하는 범죄자들의 행각을 차단하는 일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온갖 협잡 기술과 감언이설을 동원한 사기행각이 가능하도록 방치된 채 구멍이 뚫린 은행의 대출 관행도 정밀 점검을 통해 시정해야 한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분간이 어려운 ‘공동 담보대출’ 같은 기법으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기반을 잡으려고 애쓰는 젊은이들의 주머니를 훑어가는 일을 더 이상 보고만 있어서야 되겠는가. 정치권은 지금 사리사욕을 놓고 드잡이질이나 할 때가 아니다. 은행의 사회적 책임은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