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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용 박사의 ‘스페인‧포르투갈 답사 여행’ ⑱ 답사일지(7월 17일)

  • 등록 2023.11.28 15:52:55
  • 14면

인터넷에 올라오는 관광기들을 살펴보면 거기에서도 시류의 차이를 느낀다.

 

한 세대쯤 전에는, 신문에 실리곤 하는 유람기나 관광기가 대개 탐방지역의, 나와 다른 인문, 사회, 역사의 기록을 훑어나가는, 다소 현학적이고 자신의 식견을 과시하는 듯한 essay들이 주류를 이루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요즘의 흐름은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었고 무엇을 하고 즐겼다’에 그 목표가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현장의 풍광과 환경들은, ‘대박이다’라고 외칠 수 있을 만큼 내가 살던 곳과 다른 것이어서 내가 먹고 즐기는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다.

 

물론 나의 짐작이 오류일 수도 있고 개별적인 사정이야 모두 다를 수 있을 것이지만.

 

나부터라도, 특정한 목적 없이 남는 시간에 그저 일상에서 한번 벗어나보기 위해서(요즘 유행하는 언어로 healing을 위해서) 나선 관광이라면 유럽 중세의 분위기가 가득한 Porto의 한 골목 Café나 해변의 주점에서 Porto의 해물요리에 소문난 Port wine 한잔을 곁들이는 낭만을 탐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Portugal까지 와서 그 유명한 Fado가 흘러나오는 주막을 가보지 못한다면 무엇을 하고 왔느냐고 흉을 잡힐 수도 있을 일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정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두 말할 것도 없이 그들은 목적이 다르고 경향이 다를지언정 현재 Porto에 와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욱 명백한 것은, 모두에게 있어, 이 Porto는 그들이 떠나온 그들의 고향과 다르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을 이곳에 불러들이는 힘은 이 도시가 자신들의 고향과 매력적으로 다르다는 것에서 나온다.

 

사람마다 매력을 느끼는 이유야 천차만별하겠지만 ‘매력적으로 다르다는 것’, 이 하나마나한 이야기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이유인 것만은 분명하다.

 

요컨대 이 Porto의 고건축물들과 유적들, 풍광, 그것들은 Porto의 매력적으로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무대장치들이라는 것이다.

 

Barcelona나 Bilbao, Alhambra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Target을 가지지 않았지만 Baroque들을 온전히 지켜서 유럽 Baroque의 대표 도시로 만들고, 세계 제1의 wine을 생산하는 것도 아니지만 역사적인 story를 입혀 Port wine이라는 고유 브랜드를 상품화하는 도시, 뿌리도 알 수 없는, 어찌 들으면 청승맞은 Fado를 지켜가고 고유의 상품으로 만드는 도시 이것들을 묶어 축제를 만들 줄 아는 사람들 이것을 , 이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매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지금은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Singapore의 국가 구호가 Uniquely Singapore!이었다는 생각이 난다.

 

세상과 모든 것이 다른 하나뿐인 나라를 만들자는 구호. 그래서 삐딱한 호텔을 짓고, 모래층 지하에 고속도로를 뚫고, 인공정원 Marina Bay를 만들고 오수를 식수로 만드는 나라. 그곳에 수도 없이 왕래하는 우리의 정치인들은 그들의 ‘다름의 철학’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모두가 같음을 향해 달리는 나라. 모두 같은 집을 짓고 어딜 가나 똑 같은 기념품. 똑같은 먹거리를 파는 나라. 우리.

 

한 바퀴를 돌아보고 나니 Porto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유럽 도시들의 특징이기는 하지만 이 도시에는 Baroque만이 많은 것이 아니라 그 Baroque의 분위기를 돋보이게 하고 살려주는 도시 조형물들이 도처에 많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두 강렬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Bilbao에서와 같다. 우리의  도시 조형물들 중에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의 주목과 사랑을 받는 작품들이 몇이나 될까.

 

이방인들을 이 도시의 역사와 고유의 분위기 속으로 불러들이는 조형물들은 분명히 이 도시의 중요한 자산이다.

 

 

글·사진 /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 이사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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