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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종지기와 종소리

 

백목림(白木林) ! 눈 맞아 흰 나무가 된 숲길을 걷는다. 나이 든 가슴에도 설렘이 남았는지 심장이 쫄깃거린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예쁜 인사를 건네고 싶다. 이럴 때 생각나는 그 한 사람. 바닷가에서 만났던 그 사람! 예쁜 꿈을 심어주고 싶었던 그녀. 오빠는 성직자였다. 그 무렵 교회의 종소리를 듣고 그 사람 손목을 잡고 잠에서 깨어났던 추억이 누에머리처럼 고개를 든다.

 

산사의 깊은 밤 종소리나 이른 새벽에 듣는 교회의 종소리에는 거룩한 음이 배어있었다. 큰 사찰의 종소리는 산 넘고 강 건너 먼 마을까지 다가가 듣는 이들 영혼에 스미어 깨어나는 빛 안개 같이 감싸주었다. 종소리는 여운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속에 스며들어 맑아지게 한다. 그 소리 정신을 일으켜 세운 뒤 아늑하고 그윽하고 포근하게 하면서 새로운 기운을 안겨주는 힘이 있다.

 

종은 울려주는 사람이 있다.

 

내 어린 시절에는 초등학교에 땡땡이 종이 있었다. 이 종으로 사환아저씨는 공부 시간의 시작과 끝 종을 쳐주었다. 사찰에서는 수도승이 온몸의 힘을 균형 잡아 시간에 맞게 종을 울리고, 교회에서는 믿음 좋은 분이 교회의 종지기를 하면서 정확한 시간에 종소리를 들려주었다. 지금은 도시나 농촌이나 그 소리를 잃고 살아간다.

 

‘종지기’ 하면, 무조건 생각나는 분이 있다. 무소유의 권정생 선생이다. 그는 경상북도 안동에 정착, 마을 일직교회의 종지기로 한겨울 추위에도 장갑을 끼지 않고 맨손으로 정성스럽게 종을 쳤다. 장갑을 끼고 종을 치면 정성이 부족해 종소리가 제대로 울리지 않으며 하나님에게 고운 소리로 들리지 않을까 싶어서였다고 한다.

 

그는 '무명저고리와 엄마', '몽실 언니' 등 동화 작가로서 제1회 한국문학상, 제22회 새싹문학상을 수상했다. 세상을 떠날 때 그는 “제발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 세상에 사람이 사람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는 유언과 함께 결코 적지 않은 인세를 세상의 굶주리는 이들에게 남기고 눈물겨운 삶을 마감했다.

 

영국이야기다. 런던 켄터베리 교회에 ‘니콜라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17세에 교회를 관리하는 집사가 되어 종을 치는 종지기 삶을 살았는데 런던 시민들이 그의 종소리에 자기 시계를 맞출 정도로 정확했다고 한다. 그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도 그는 종을 칠 시간이 되면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가 종을 쳤고, 그렇듯 종을 치다가 종탑 아래서 세상을 떠났다. 이로 인해 영국 황실에서는 묘지를 내주었고 가족은 귀족으로 대우해 주었다. 그리고 그가 죽은 날을 공휴일로 정했다.

 

혼자 기도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인생은 진지하게 살아갈 힘이 생긴다. 극복해야 할 어둠이나 처절한 고독 속에서도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 극복의 의지가 필요하다. 그 어떤 추위나 질곡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공부를 하고 싶다. 종소리를 잃고 종지기를 하찮게 생각하는 마음이 나라를 기울게 하는 길이 되지 않도록 내 인생의 종지기 노릇에 충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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