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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zip] ③한국의 랜드마크 완성시킨 '롯데건설'

신격호 명예회장 "고국 발전에 기여"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도록
1986년 잠실에 롯데월드·호텔·백화점
건설 돌입하며 랜드마크 '역사' 시작

건설사는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역사와 함께한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 토목사업부터 고도 성장기의 각종 SOC 국책사업에서 건설사들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기업들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선봉이었고, 개발도상국 시절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창구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 형태이자 각 가정의 주된 자산인 아파트 역시 건설사를 빼놓고는 논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에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잦은 인명사고로 지탄을 받기도 하고,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또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경기신문>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명암을 고스란히 반영한 건설사들의 성장 과정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롯데월드타워는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관광보국' 정신의 결실과도 같다. 555m의 높이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는 세계거탑연맹(WFGT)의 49번째 회원이 됐다. 세계거탑연맹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들이 가입된 곳이다. 

 

롯데월드타워 시공사는 롯데건설이다. 세계적 기업들과의 협력으로 신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자 꿈이었던 '슈퍼 타워'를 완성시켰다. 일본에서 껌 사업으로 시작해 유통, 화학, 건설을 아우르는 재계 5위의 대그룹을 일군 신 명예회장의 관광보국에 대한 신념을 롯데건설이 실현시킨 셈이다. 

 

신 명예회장이 건설사업에 진출한 것은 1978년 평화건업사를 인수하면서다. 1952년 변형권 사업주가 설립한 평화건업사는 6.25 이후 전후복구사업부터 경제성장기의 각종 대규모 공사에 참여하며 성장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지하철 1호선 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중동 붐이 일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진출에도 나섰으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서울신탁은행의 관리를 받다 1978년 롯데에 인수됐고, 이듬해 롯데평화건업로 사명을 바꿨다가 1981년 롯데건설이 된다. 

 

롯데건설은 평화건업사가 주식회사로 전환한 1959년을 원년으로, 롯데가 인수한 9월 15일을 창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 신격호 명예회장의 '관광보국' 이뤄낸 롯데건설

 

경상남도 울산에서 태어난 신 명예회장은 스무살의 나이에 빈손으로 일본으로 건너간다. 고학을 하며 우유배달부터 공장일까지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던 신 명예회장은, 그의 성실함을 알아본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려 몇몇 사업을 벌이지만 실패하던 중 껌 사업에서 가능성을 본다. 한국을 떠난지 7년 만인 1948년, 신 명예회장은 본격적인 껌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주)롯데를 설립했다. 

 

롯데의 껌 사업은 승승장구해서 1960년대에는 일본 껌 시장점유율을 70%까지 장악했다. 신 명예회장은 이어 초콜릿, 사탕, 아이스크림 등 제과 사업과 부동산, 광고업 등에도 진출하며 그룹의 기틀을 다졌다. 

 

1967년 일본의 성공을 바탕으로 신 명예회장은 고국에 현재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격인 롯데제과를 설립한다. 롯데의 한국 투자는 당시 일본 직원들의 반대에도 고국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신 명예회장의 강한 의지로 진행됐다. 이미 성공 노하우를 보유한 신 명예회장의 롯데제과는 한국에서도 성장을 거듭한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호텔 사업에 나선다. 호텔 사업은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이 먼저 신 명예회장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4년 박정희 정부는 정부 소유의 반도호텔을 호텔롯데에 매각하고, 호텔롯데는 반도호텔을 허문 부지에 38층 높이의 롯데호텔을 짓는다. 동시에 신 명예회장은 외국인 투숙객을 위한 쇼핑 시설 건설을 목적으로 롯데호텔 옆에 롯데쇼핑센터를 함께 세우게 된다. 

 

 

호텔 사업 이후 신 명예회장은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호텔을 지으며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다시 우리나라를 찾도록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던 신 명예회장은 "주말에 쇼핑하고 즐기고 이런 것들을 한국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1986년부터 잠실에 롯데월드와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건설에 돌입한다. 

 

 

롯데건설이 대한민국의 대표 랜드마크 건설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1989년 개장한 세계 최대규모의 실내 테마파크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현재까지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꼽히며 에버랜드와 함께 세계테마파크 순위 10위권에 늘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한창 공사중이던 1987년, 신 명예회장은 또다른 청사진을 그린다. '제2 롯데월드'의 일환으로 구상된 초고층 타워의 건설이다. 그는 "외국인들에게 언제까지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냐"라며 초고층 타워 구상을 발표했고, 30년이 지난 2017년 123층, 555m의 롯데월드타워가 준공되며 꿈은 현실이 됐다. 롯데월드타워는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건물로 신 명예회장 평생의 숙원사업이었다. 롯데그룹은 완공 후 이 건물을 한국 본사로 사용하고 있다. 

 

◇ 롯데캐슬, 브랜드 아파트 시대를 열다

 

롯데건설이 최초로 시공한 아파트는 1977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설악아파트다. 약 2만여 평 부지에 3차에 걸쳐 1000여 가구를 공급했다. 이 아파트는 롯데건설에게 특별한 의미다. 1977년 롯데건설이 처음 지었던 아파트를 2002년 롯데건설이 롯데캐슬갤럭시1차로 재건축한 단지기 때문이다. 롯데캐슬갤럭시1차 분양시기는 롯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의 전성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다만, 2022년 해당 단지의 리모델링 수주가 현대건설 몫으로 돌아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롯데건설은 1999년부터 '낙천대'와 '롯데캐슬'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했다. 일반 아파트에는 낙천대, 최고급 아파트에는 롯데캐슬을 사용했다. 최초의 롯데캐슬 아파트는 '서초 롯데캐슬 84'로 2001년 입주를 시작했다. 롯데건설은 2006년 하반기 낙천대 브랜드를 폐기하고 롯데캐슬로 일원화 한다. 이 때 기존 낙천대 이름을 롯데캐슬로 변경한 단지도 상당수에 이른다. 

 

2010년대에 들어 초기 브랜드 아파트들이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며 새로운 하이엔드 브랜드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DL이앤씨,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메이저 건설사들이 새로운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워 강남 재건축 시장에 뛰어 들었다. 롯데캐슬을 유지하던 롯데건설은 강남 수주전에서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하자 2019년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론칭한다. 르엘은 잠원동, 대치동 재건축 단지에 처음 적용되며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잡는다. 

 

◇ 롯데건설의 숙원사업 '기업공개'

 

롯데건설의 숙원 사업은 상장이다. 2008년부터 IPO 의사를 타진했지만 시장 상황 등 다양한 이유로 아직까지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롯데건설의 상장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한일 롯데 분리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일본 기업 논란에 때때로 휘말리는 롯데그룹 입장에서 롯데건설을 내세워 일본과의 지분 정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꾸준히 나온다. 

 

 

롯데건설의 최대주주는 롯데케미칼로 44.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 호텔롯데는 43.30%다. 이밖에 롯데알미늄 9.51%, 롯데홀딩스 1.68% 등이며 나머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전 부회장, 신영자 이사장 등이 각각 0.59%, 0.36%, 0.14%를 들고 있다. 

 

롯데건설의 지배구조에서 문제는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이다.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는 롯데지주인데, 대주주 신동빈 회장이 직접 보유한 롯데지주 지분은 13% 수준이다. 나머지는 호텔롯데(11.1%), 롯데알미늄(5.1%), 롯데장학재단(3.2%), 롯데홀딩스(2.5%) 등이 보유중이다. 

 

호텔롯데의 대주주는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로 지분율 19.1%다.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지배를 받는다. 광윤사 최대주주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3%의 지분을 들고 있고, 신동빈 회장은 39% 수준이다. 롯데알미늄의 경우에도 일본계의 지분율이 100%다.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지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일본 롯데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추진했다. 한일 롯데의 완전한 분리가 목적이지만 복잡한 지분관계와 아직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관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모두 장악해 당분간 분쟁의 여지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한일 롯데의 지분 정리가 완료되지 않으면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어렵다.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호텔롯데와 롯데건설의 상장이 언급된다. 국내 상장을 통해 일본계 지분을 희석시키고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상장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호텔롯데의 경우 코로나19 기간 실적이 바닥을 쳤고,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롯데건설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금리 환경 등 대내외적으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상장에 나설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롯데의 일본 회사 논란에 대한 결론은 다시 미뤄질 전망이다. 

 

◇ 설계오류·부실시공 관련 이슈

 

지난 2015년 국회 교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2015~2017년 상반기까지 부실시공으로 벌점을 부과받은 상위 10개 건설사 중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기간동안 롯데건설은 23건의 벌점을 부과받아 총 26.77점을 기록했다. 

 

건설사에게 인명사고 역시 피할 수 없는 악재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롯데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6명에 달한다. 고용노동부는 롯데건설의 모든 현장에 대해 일제 감독에 나섰다. 

 

이밖에도 지난 2017년 준공한 '제천시 강저 롯데캐슬 피리미어'에 1층 출입구를 설치하지 않는 등 설계오류나 부실시공 관련 이슈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는 국내 아파트를 공급하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 롯데건설의 ESG, 안전보건경영과 환경경영

 

롯데건설은 현장의 안전 사고를 예방하고자 안전보건경영실을 운영하고 있다. 안전보건경영실에는 안전보건운영팀, 예방진단팀, 교육훈련팀 등 3개 팀이 종합적인 안전 관리를 수행한다. 위험성 관리를 바탕으로 전 직원 및 근로자의 참여를 통해 근로자 보호 사업장의 무재해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안전소통센터도 운영중이다. 

 

또 롯데건설은 환경경영의 일환으로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대한 능동적 대처를 위해 'Green Life 2018 in LOTTE'라는 녹색비전을 수립했다. 녹색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녹색 사업화를 추진하며 녹색 기반을 구축한다는 3대 과제도 설정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과 신사업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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