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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서울의 봄

 

마침내 2주만에 500만을 돌파했군요. 저는 지난 일요일 이른 아침(早朝)에 봤습니다. 그날 그 시간에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1000만을 가뿐하게 넘길 것 같은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역대 최대 관객을 기록한 영화는 지난 2014년 7월에 개봉했던 '명량'이었더군요. 1700만을 넘겼으니 감독과 투자자들은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겁니다. 

 

제가 초장부터 상업성을 들먹이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두환이 저지른 반란과 정권찬탈 과정을 윤석열의 패악(悖惡)정치와 동일시하게 만드는 복선이 강력하게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그 전두환이 이 윤석열과 똑같드라", 면서 친구들에게 구전합니다. 그 관객들이 이 태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법칙성을 갈파합니다.

 

윤의 머저리 같은 졸개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강력한 움직임을 약화시켜서 왕초의 칭찬을 듣고 싶어할 겁니다. 예를들어 상영관의 숫자를 줄이도록 해서라도, 세무조사 따위로 겁박을 줘서라도 말입니다. 그 허접한 꼼수들이 발각된다면 신기록은 더 짧은 시간 안에 세워질 것입니다. 늘 그렇게 악수를 두는 패거리이니 이번에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20~30대 관객이 60%에 가깝다는 조사결과는 실은 여권에게 소름끼치는 현상입니다. 그쪽이 지금 표정관리를 하는 것인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 없더군요. 참 궁금합니다. 김성수 감독이 꼭 신기록을 수립하기를 빌며 응원합니다. 큰 돈 벌어서 그 넉넉함으로 이후 더 좋은 작품들을 만들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주목하던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전두환쪽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반대편인 착한 장교들도 사병들을 자신들과 다름없는 존귀한 생명이라는 인식과 그에 합당한 태도는 없더라는 점입니다. 물론 반란을 진압해야 하는 총책들의 불가피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장교들은 이편이든 저편이든 직업이고, 그 직책이 가족의 생계와 성공의 발판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반란이든 저항이든 목숨을 걸 수 있는 것이고 걸어야 하는 겁니다. 당시 사병들의 월급은 병장이 4000원도 안되었습니다.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 상관들의 필요에 의해서 소모품처럼 동원되어 목숨을 걸어야 했던 것입니다.

 

저는 12.12 직후 1980년 3월에 최전방으로 배치되어 군생활을 했습니다. 5월에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전두환 군대가 제작한 '전우신문'의 그 무시무시한 기사들은 지금까지도 '폭도'라는 한 단어로 응결(凝結)되어 있습니다. 그 참극의 시간에 전쟁 일어난다고 겁을 주며 유서를 쓰게 하고, 군화를 2주 동안 벗지 못한 채 전투태세로 잠을 잤습니다. 

 

1982년 9월에 제대할 때 제 월급이 4500원이었습니다. 사병들은 그렇게 모욕적이고 비참한 대우를 받고 '시간싸움' 하다가 제대하기 전에 죽으면 반려동물만도 못한 취급을 받습니다. 뉴스에서 수시로 접하듯이 사망사고는 대부분 자살이나 우발적 사고로 왜곡됩니다. 빽이 쎈 가해자는 대부분 경범죄로 처리됩니다.

 

군대에서 보급품을 중요도에 따라 1종부터 10종까지 분류합니다. 쌀이 1종, 피복이 2종, 기름이 3종입니다. 시체는? 10종입니다. 쓸모가 제로가 되었으니 폐품이라는 인식입니다. 저는 모병제를 지지합니다. 우리도 이제는 국방을 직업군인들 뽑아서 해도 될 정도로 잘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영문도 모르고 동원되어 요절한 청년들과 그 가족, 친구들을 생각하며 내내 먹먹했습니다.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을 그들의 명복을 빕니다. 5월의 영령들께도 재삼 평안을 기원합니다. 군대 갔다가 부모님께 돌아오지 못한 모든 영혼을 위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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