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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기도 학교 폭력, 만연한 ‘언어폭력’부터 바로잡아야

언어적 폭력이 일상이 돼버린 사회·문화적 환경도 개선을

  • 등록 2023.12.19 06:00:00
  • 13면

아이들의 언어 정서에 비상이 걸렸다. 비속어와 욕설이 뒤범벅된 청소년들의 언어 습성을 정상화하는 일이 난감한 숙제로 떠오른 가운데, 상당수 경기도 초·중·고 학생들이 언어폭력의 그늘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대로 된 가정교육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 시스템 붕괴가 불러온 참사로 해석된다. 아이들의 비뚤어진 언어 정서를 바로잡는 일만 가지고는 안 된다. 언어폭력이 상시로 흘러 다니는 사회·문화적 환경 개선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이 도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언어폭력’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교육청이 지난 4월10일부터 한 달간 초4~고3 학생 112만여명(전수)을 대상으로 ‘2023년 1차 학교 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해 88만2000여 명(78.7%)으로부터 답변을 받은 결과다. 


조사에서 나타난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36.8%)’이 가장 많았다. 다음이 ‘신체 폭력(17.4%)’, ‘집단따돌림(15.3%)’, ‘강요·강제 심부름(7.6%)’, ‘사이버폭력(7.4%)’ 등의 순이었다. 피해 발생 장소는 대부분 학교 안(66.8%)이었는데, 지난해보다 10.2%포인트나 늘었다. ‘가해’ 응답률도 0.9%로 지난해 조사보다 0.4% 늘었다. 가해 이유로는 장난이거나 특별한 이유 없음(36.0%)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상대방이 먼저 나를 괴롭힘(25.0%)이었다. 

 

학교 폭력을 목격했다는 응답률은 4.5%로 역시 지난해 조사보다 1.1%포인트 늘었다. 목격 후 긍정적인 행동을 보인 경우는 68.2%로 지난해 조사보다 1.9%포인트 줄었다. 피해 친구를 위로하고 도움을 주었다(34.2%), 보호자·선생님·경찰관 등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함(17.5%), 때리거나 괴롭히는 친구를 말림(16.5%) 등 순으로 나타났다.

 

중학생들의 언어 습관을 조사한 한 연구자의 녹음자료를 보면 기가 막힌다. 은어(隱語)투성이인 아이들의 일상대화 속에 마치 접속사나 접두어, 접미어 형식으로 들어가는 욕설은 도무지 길게 들어줄 수가 없을 정도로 험악했다. 아이들의 망가진 언어 습관은 도대체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좀처럼 갈피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우리 아이들의 언어 습관이 이렇게 된 데는 교육 방치와 함께 조폭 영화가 판을 치고 유해 표현물들이 넘쳐나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영향을 깊숙이 미치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언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없어진 지는 오래다. 학교 안에서나 밖에서 무례한 행동이나 욕설을 해도 이를 나무라는 어른이 없어진 나라에서 아이들 사이에 언어폭력이 난무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현상일 것이다. 집단폭행 등 사흘이 멀다하고 자주 발생하는 학교 폭력의 근절을 위해서는 특별한 교육적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학교와 사회가 함께 나서서 폭력적 인식을 양산하고 있는 아이들 세상의 언어폭력 만연 현상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가 그 과감한 혁신의 선봉이 되길 기대한다. 각종 유형의 폭력 행태가 난무하는 아이들 세상을 그대로 두고 미래 희망을 꿈꾸는 일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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