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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용 칼럼]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운명을 만든다

  • 등록 2024.01.01 12:52:15
  • 14면

2024년은 갑진(甲辰)년이다.

 

재미삼아 이 천간지지를 주역의 언어로 변형시켜보면 상괘나 하괘 모두 뢰(雷)괘로 진위뢰(震爲雷)라는 대성괘를 얻는다.

 

그 괘사(卦辭)는, “통한다. 두려워 벌벌 떤다. 담소하며 즐거워한다. 백리를 떨게 해도 비창(匕鬯)을 잃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고 괘상(卦象)은, “두 마리 용이 여의주를 놓고 다투는 상”이라 한다.

 

그런데 갑진년은 전 세계에 공통인 것이므로 그를 유념하여 이러한 괘사와 괘상을 다시 해석해 보면, 지구촌 도처에서 두 마리의 용이 충돌하고 그 영향은 천지에 두려움을 만들겠지만 그 결과를 보고 세상은 즐거워할 것이고 비창(匕:숟가락, 鬯:좋은 祭酒)을 잃는 지경은 되지 않는다고 풀어야 할 것이니 세상은 충돌하고 어지러울 것이나 그 뒤끝이 절멸의 파국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인터넷 등을 통해 과거 갑진년에 있었던 국내외의 사건들을 일람해 보면 이러한 괘풀이가 제법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지구상에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건과 사고,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공포가 사라졌던 시절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세계사나 국사 연표를 통해 알게 되고 보면 이 또한 호사가들의 재밋거리라고 치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무튼 새해에도 세계는 요동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앞날과 중동의 사태 진전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고, 미국의 대통령선거도 시끄러울 것이다. 중국과 대만·미국 간의 긴장과 정치·경제 양 측면에서 코너에 몰리고 있는 시진핑이 어떤 도피 수단을 선택하게 될지 예측이 불가하다. 대한민국 북쪽의 단말마적인 불장난뿐만이 아니라, 지구본을 돌려가며 살펴보아도 지구촌 어느 구석이라고 편편해 보이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 국제적인 상황 속에서 84.6%(2022년 기준)라는 대단히 위험한 수준의 수출입무역의존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적인 여건과 혼자의 힘으로 자신의 나라를 지킬 수 없는 국방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위치가 그저 홀로 편편하기를 기대한다면 삼척동자의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는 얘기가 된다.

 

이런 때에 대한민국의 국론을 결정하는 한 축인 대한민국의 국회가 지성은 고사하고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이성적, 인격적인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면 그보다 큰 비극은 따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들이 집중하는 것은 오직 자신들의 자리의 유지와 모종의 이익카르텔의 수호뿐이고 국익과 공익이라는 명분은 그러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집단을 선동하는 도구로 동원될 뿐인 것으로 보이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만들어내는 법률마다가 그렇고 인사청문회나 특검 따위를 둘러싼 샅바싸움이 그렇다.

 

그들의 이러한 부조리는 사회 각계로 파급되어 한 나라의 양심의 마지막 보루이어야 하는 사법계를 오염시키고 미래 세대를 길러내야 하는 교육계까지를 마비시키고 있다. 그에 비롯하여 마침내 이 사회에서는 양식과 순리가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사실이 그렇다면 이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두 말이 필요 없이 어리석은 국민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이 헌법적인 해석일 것이다. 지역과 연줄에 매달리고, 공부하지 않고 정치인의 요사스런 세치 혀를 맹종하며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사고하지 않는, 무작정한 고집으로 무장한, 소위 주권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는가.

 

대한민국은 이 갑진년에 벽두부터 어지러울 것이다.

 

그 주권자들은 또 다시 권력과 잇속을 좇아 동분서주하는 바퀴벌레 같은 집단들의 지겨운 행보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고 난장을 만드는 허무한 언어들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방황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주권자들도 그만큼 겪어보고 실패도 해 보았으면 오늘의 선택이 우리의 앞으로의 운명을 만든다는 이해 정도에는 도달해야 한다.

 

어차피 권력과 기회의 화신인 정치인들이 스스로 먼저 바뀌지는 않는다. 청(靑)은 남(藍)에서 나온다 했으니 국민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부디 두 마리 욕심 사나운 용들이 싸우더라도 나라가 온전하고, 갑진 년에 오직 이 나라를 위한 값진 선택이 이루어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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