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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생활의 재발견

 

지역방송사 전무를 역임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의 동생이 문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었을 때다. 그는 문인들을 초대해 저녁식사를 대접하면서 자기 동생이 문인협회 회장으로 뽑힌 것이 도지사가 된 것보다 더 기쁘다고 인사말을 했다. 얼마 후 한 시인이 그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고. 그는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었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랬다. ‘나이를 먹지 말고 들고 계시지 그랬느냐?’고. 그렇게 해서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유머는 시간과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서 순발력 있게 구사해야 효과적이다. 유머는 봄바람 같은 역할을 한다. 봄바람은 차가운 아들 손을 호호 불어주는 어머니의 입김과 같은 바람이다 자연의 훈풍으로써 언 땅을 녹이고 온기 머금은 바람은 대지 속으로 스미어 씨앗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흙을 부드럽게 한다.

 

어젯밤에는 동창 모임이 있었다. 20여 명이었던 회원은 절반도 안 되었다. 참석한 친구들은 주류(술마시는 자)와 비주류로 갈라서 앉게 되었다. 참석 못한 사람들의 이유는 비슷했다. 몸이 안 좋아 외식을 못하거나 요양병원에 있거나 어느 대학병원에 검진받으러 갔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그래도 할 말이 있다고 즐기는데 비주류는 묵묵부답이다. 식사가 끝나면 그만이다. 2차가 어디 있으며 ‘차라도 한잔’은 옛말이 되었다. 헤어져 돌아가는 친구들 뒷모습에는 시대의 우울함이 얹혀있었다.

 

임어당 작가의 '유머와 인생' 중 '공자의 유머'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공자와 제자들이 길에서 흩어져 서로를 잃어버렸다. 잠시 후 누군가가 동문에서 공자를 보았다며 그 행색이 마치 ‘상갓집 개’ 같더라고 했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공자는 ‘다른 건 몰라도 상갓집 개라는 말은 그럴듯하구나’라고 했다고 한다. 공자의 유머는 자연스럽다. 엄격한 수행자의 자세 같은 상상을 초월한다. '논어'에는 실제로 유머러스한 말이 많이 있고 정감 넘치고 이치에 합당한 얘기를 많이 했다.

 

지금 한국사회는 웃음을 잃은 지 오래이다. 코로나 때부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비대면사회가 되었다. 삼류의 정치 환경 속에서 국민들은 피로사회와 위험사회에서 분노사회로 진화해 가는 데 있어 자살 율은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그런데도 정치하는 이들은 입만 열면 살벌한 이야기이다. 분노의 눈빛은 상대를 곧 쓰러트릴 것만 같다. 미래세계의 소멸 국가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은 없고 자기 집단을 위한 선거에만 목숨을 건 꼴들이다. 어느 때나 멋이 있으며 유머감각이 넘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정치적 지도자요 겨레의 어른 같은 분을 모실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웃음이 갖는 힘’으로서의 치유를 생각해 본다. 웃으면 젊어지고 화내면 늙는다고 한다. ‘웃음은 몸속 조깅’이라고도 한다. 언어의 폭력과 살기 어린 눈동자 대신 정치인으로서 유머 감각을 지닌 사람을 TV를 통해서라도 한번 보게 되기를 소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평소 겸손하고 이웃집 주인아저씨 같이 편안한 지도자요 금배지 찬 사람이 웃음 폭탄을 던져줄 수는 없을까. 서민들의 굳은 얼굴을 생각해서라도 독거노인에서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크게 한 번 웃겨줄 수는 없을까. 아니면 인문학 응접실에서 차라도 한잔 마시고 싶은 신선한 지도자와 정객(政客)을 만나볼 수는 없을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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