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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윗선 수사 영영 막히나

출국 금지된 피의자를 호주 대사로 임명하는 것이 적절한가

  • 등록 2024.03.08 06:00:00
  • 13면

외교부는 지난 4일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상대국의 사전 동의 절차인 ‘아그레망’도 이미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에 정통한 인사들에 따르면 국방장관 출신 인사를 주요 안보 관련국인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니라 영사업무와 경제외교가 중심인 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노무현 정부 당시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을 중국대사로 임명한 것 말고는 사례가 없다. 

 

공관장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제대로된 검증절차를 거쳐서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존중받아야 마땅한 영역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이 전 장관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국금지 상태에 있는 피의자를 사건 종료 없이 주요국 공관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인데 아마도 우리나라 외교사에 전무후무한 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발생한 해병대 채모 상병의 순직 사고와 관련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의 핵심 피의자다. 국민적 공분이 워낙 거세게 일어나서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자 급하게 장관직 사직서를 냈고 윤석열 대통령은 바로 수리했다.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을 의심하고 있는 부분은 채 상병 사건 당시 윤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즉, 수사외압이 있었다면 윗선의 출발이 이 전 장관이라는 의혹이다.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으로 당장 공수처가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국방부 전·현직 고위직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이 전 장관을 비롯한 6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하는 등 본격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었는데, 핵심 피의자가 호주대사로 임명됐기 때문에 수사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전 장관 뿐이 아니다. 공수처에 입건돼 이 전 장관과 함께 피의자 신분인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힘 후보로 공천됐다. 국민의 힘은 도대체 어떤 기준과 판단 근거로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을 공천했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국회는 해병대 채모 상병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4월 총선 이후 본회의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수처도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아무일 없다는 듯이 관련자들을 해외 공관장으로 보내거나 총선 후보로 공천하는 것은 공수처는 물론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지난 해 7월 발생한 채모 상병 사망과 관련해서 책임을 지거나 사법처리를 당한 사람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 자칫 진실 규명이 영영 막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상황을 이해해 줄 국민이 얼마나 될지 대통령실과 여당은 낮은 자세로 숙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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