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온화하고 담백한 미감의 수원작가 이길범… 전시 ‘이길범: 긴 여로에서‘

수원 출신 작가 이길범 생애와 작품들 70여점 공개
정부표준영정 제작화가로 활동하며 주목, 수원화성 그리며 정체성 드러내
전시 6월 9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개최

 

섬세한 붓놀림으로 그려낸 정조의 어진이 수원 시민과 마주한다. 수원 시민에게 각별한 조선 제22대 왕 정조가 수원 출신 작가 이길범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붉은 곤룡포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고 금실로 수놓아진 오조룡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수원시립미술관은 12일 2024년 첫 전시 ‘이길범: 긴 여로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길범(李吉範, 1927년생) 작가의 스케치, 스크랩북, 전시자료 등 70점을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2024년 수원작가 조명전으로, 한국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조명이 부족했던 수원작가를 재평가하고 연구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길범 작가는 1927년 수원군 양감면에서 태어났다. 17세에 산수, 화조, 인물 전 분야에 걸쳐 큰 명성을 얻었던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를 만나 6여 년 간 그림을 배우며 성장했고, 1949년 화조화 ‘춘난(春暖)’(1949)으로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입선하며 등단했다.

 

6.25전쟁으로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지만, 제2국민병으로 소집돼 대구와 제주, 부산에서 훈련 괘도(걸그림)을 그리며 복무하고 전역 후에는 대한도기(부산 영도)와 대한교육연합회에서 도안 디자인과 삽화를 그렸다.

 

53세에 다시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자신만의 작업실에서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다. 1982년 수원미술계에 첫 한국화 동인인 성묵회(城墨會)를 결성하고 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장 등을 역임하며 정부표준영정 작가로 참여하고 인물화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는 이길범 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회고한다. 그림의 소재에 따라 ‘영모화조(새, 짐승, 꽃, 새)’, ‘인물’, ‘산수풍경’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되는 자료를 함께 전시해 그의 발자취와 수원미술사의 전개를 살펴본다.

 

 

첫 번째 섹션 ‘영모화조’에서는 이길범 작가의 초기작 ‘오수(午睡)’를 비롯해 ‘길일(吉日)’, ‘화조(花鳥)’등을 볼 수 있다. 만개한 꽃 아래 잠든 고양이를 그린 ‘오수(午睡)’는 낮잠의 포근함을 전한다. 작가는 김은호 낙청헌 화숙에서 기거하던 시기에 스승이 내어준 갈색빛 종이에 먹과 호분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

 

두 번째 섹션 ‘인물’에서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정조’ 표준영정과 ‘조심태’ 표준영정, 호분동자, 다양한 인물화를 볼 수 있다. 1988년부터 이길범은 정부표준영정 제작화가로 참여해 작품을 남겼다. 표준영정과 상반되는 작품으로 여성 인물이 등장하는 인물화는 서정적인 색체와 부드럽고 온화한 화풍으로 머리에 연꽃이 피는 등 삽화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세 번째 섹션 ‘산수풍경’에서는 수원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이길범은 수원화성을 즐겨 그렸는데, 수원화성의 화서문을 그린 ‘수원화성’(연도미상)은 흰 깃발과 팔달산으로 그 위엄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실제 장소의 인상적인 부분들을 재조합하고 회화화 하는 방식을 취했으며 2018년 금강산 여행 뒤 그 풍경을 담은 ‘해금강의 봄’은 꿈속의 아련함을 전하고 있다.

 

‘매몰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길범 작가가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소양에 있는 소매몰도를 그린 작품이다. 학예연구사들은 전시를 준비하며 자료 조사를 진행했는데, 작가는 직접 침실에 있는 ‘매몰도’를 보여주며 소개했다고 한다.

 

 

전시를 소개한 이채영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적인 삶의 이력과 작품에 대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전시”라며 “이길범 작가 특유의 온화하고 담백한 미감이 주는 정서적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9일까지 이어진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