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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특집] “4.16 기억교실은 살아있는 공간”…이지성 4.16 기억저장소 소장 

세월호 유가족이자 4.16기억교실 운영하는 이지성 소장
4.16 기억교실, 참사 당시 교실 등을 그대로 보존한 곳
“기록 전부 수집하고 기억하면 참사 반복되지 않을 것”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당시를 기억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경기도교육청 주도로 2021년 1월 설립된 4.16민주시민교육원. 

 

참사의 고통을 디딤돌 삼아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이곳에는 세월호 희생자 고(故) 김도언 양의 유가족 이지성 사무관이 근무 중이다.

 

이 사무관은 2016년 4.16기억저장소 소장으로 활동하다 2021년 3월부터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운영실장을 맡아 기억관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경기신문은 4.16기억교실을 지키는 수호자 이 사무관을 만나 경기교육이 참사를 딛고 걸어온 발차취와 나아갈 길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10년이 지나도 다 기억이 납니다.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누구나 똑같은 거예요. 내가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생생히 기억할 것 같습니다.”

 

이 사무관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회사에 출근해 근무 중이었는데 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학여행을 간 도언이가 타고 있는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속보가 떴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무관은 즉시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도언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불안감은 높아져만 갔고 연락을 기다리지 못해 안산 단원고로 달려갔다.

 

학교에 도착한 이 사무관은 구조자 명단이 오는 것을 계속 지켜봤다. 하지만 딸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고 비슷한 이름들만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이 사무관은 다급한 마음에 구조현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혹시나 구조된 딸이 추울까봐 집에 들려 옷가지를 챙기는 도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딸인 도연이와 같은 반 친구의 전화였다. 이 사무관은 도연이의 안부를 물었고, 친구는 ‘도언이가 구조돼 어느 섬으로 가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안도한 이 사무관은 급히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다. 그러나 구조됐다는 딸의 소식은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이 사무관은 딸을 위해 가져간 담요를 덮고 팽목항에서 이틀간 밤을 지세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사무관은 ‘유가족’이 아닌 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학부모였다.

 

하지만 딸 도언이는 참사 10일 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고, 이 사무관은 망연자실했다.

 

 

◇“기록은 추억이자 기억”…4.16기억교실

 

“사람들은 흔히 ‘10년 됐잖아’, ‘자식을 좀 가슴에 묻어라’,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조금 더 나가면 ‘지겹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곳에 다녀간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아요.”

 

‘4.16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 교사 11명, 일반인 희생자 43명의 삶을 기억‧기록한 비영리 민간기록 기관이다.

 

저장소에는 당시 단원고 2학년 교실과 교무실을 공간기록으로 보존한 4.16기억교실이 마련돼 있다.

 

세월호 참사 기억과 기록을 미래세대에 전달하기 위해 일반인 누구나 방문할 수 있고, 더 이상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안전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이 사무관은 4.16민주시민교육원에서 4.16기억교실 등 기억관 운영을 총괄하는 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지겹다는 사람들에게 “100번의 말보다 4.16기억교실에 직접 와보라”고 했다.

 

이 사무관은 “세월호 참사 당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마지막까지 수업을 했던 이 공간은 우리 아이들의 마지막 숨결이 놓인 곳이고 꿈을 키웠던 공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알아야 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진실이 왜곡되면 역사도 왜곡되고 기록도 사라진다”며 4.16기억교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기록은 조작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록이 조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기록이 있어야 기억을 할 수 있다. 이곳의 기록은 추억이자 기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세월호 참사 전문가, 시민 등이 자발적으로 기억저장소를 만들어 기록을 모았겠느냐”며 “그 이유는 기록을 통해 참사를 잊지 않으려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고민하는 공간’…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추진

 

이 사무관은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은 새로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하면서 희생자와 방문객의 관계가 끊임없이 새롭게 생성되는 곳이라고 했다.

 

이곳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음성‧사진‧문서, 생존자 증언 등 그날의 기록들이 모여있다.

 

이 기록들을 통해 방문객들은 희생자를 기억‧추모하고 방명록을 남기며 ‘새로운 관계’로 형성된다고 이 사무관은 설명한다.

 

그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인권을 넘어 인생을 배우고 성장하며 돌아간다”며 “그래서 4.16기억교실은 ‘살아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 오면 누구나 생각이 달라진다”면서 “미래 세대를 책임질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등은 이곳에 꼭 한번 와서 미래를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들도 이 공간을 통해 참사가 발생한 이유와 진상 규명을 위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게 된다”며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고 희생자 한 명 한 명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4.16기억교실은 대한민국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있다. 이에 4.16기억교실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 사무관은 “4.16기억교실은 국가지정기록물로 흔들리지 않겠지만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 100년, 1000년이 지나도 훼손되거나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공간이 흔들림 없이 계속 유지되고 보존‧관리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에 더해 한평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보현·박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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