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엉터리 해외출장보고서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5월 서유럽 3개국 순방을 다녀온 도의원들의 부실 국외연수 보고서가 물의를 빚었다. 그런데 올해 1월 동남아를 다녀온 뒤 제출한 해외출장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위키백과·나무위키의 내용을 복사하여 붙인 것으로 또 드러난 것이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연수·출장이 이래서는 안 된다. ‘유람 출장’ 관행을 끊어내고 성실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경기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소속 유호준(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공개된 도의회의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 상당 부분이 백과사전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이거나 일부 문장의 순서만 바꿔 인용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4박 6일 일정으로 방문한 뒤 제출한 이 결과보고서는 방문 국가 일반현황을 위키백과와 나무위키에서 인용 없이 전재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가 개요는 나무위키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붙였고, 지리와 기후·사회문화·경제 등 항목의 내용은 위키백과의 설명이 그대로 실렸다. 말레이시아 현황은 위키백과에 실린 내용으로서 인치, 마일 등 비법정계량 단위를 병행 표기하기도 했다. 이 출장에는 보건복지위 소속 도의원 9명과 전문위원실 직원 7명 등 모두 20명이 동행했다.
유호준 의원은 “현행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결과보고서는 논문형식에다가 수집자료와 참고문헌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제출된 보고서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 작성자를 명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작성자명조차 기재하지 않아 누가 이 보고서를 작성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5월에는 도의회 건설교통위 소속 의원 12명과 전문위원실 공무원 5명등 17명이 프랑스·독일·스위스 등 서유럽 3개국을 순방하는 국외연수를 다녀왔다. 그 후 도청에서 제출한 보고서의 출장 개요·총평·시사점·연수 후기 등 주요 내용을 살펴본 결과 도의회에서 제출한 보고서와 모두 본문 내용이 일치했다. 경기신문의 취재분석 결과 양쪽의 보고서는 심지어 오타까지 동일해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2월 19일 경기도의회에서 진행된 도정질문 답변에서 “집행부에서는 의원님들과 동행해서 가는 출장에 있어서 분명한 여행의, 출장의 목적과 성과를 내지 않는다면 저는 직원들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말로 도의회의 방만 부실한 해외 출장 관행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상 문제는 해외출장 결과보고서가 아니다. 연수·시찰·견학 등의 명분을 붙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관광·유람을 하면서 출장 명분으로 국민 혈세를 무지막지하게 쓰는 오래된 관행이 부조리의 핵심이다. 세계 각국의 선진적인 제도와 시스템을 직접 눈으로 보고 새로운 안목을 키우고 교훈을 만들어 오는 일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하지만 관광·유흥에 세금을 펑펑 쓰면서 마치 당연한 특권을 누리는 것처럼 여기는 천박한 인식은 반드시 타파돼야 한다. 강력한 방지제도를 통해서 이 고질병은 차단돼야 한다. 수십 년 숱한 욕을 먹어가면서도 악착같이 지속하는 이 꼴불견 외유 작태의 본질은 도대체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