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떼어먹어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오른 54%의 임대인이 여전히 임대 사업을 진행하며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부의 악성 임대인 대처 방안이 실효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오른 127명 중 67명(53%)이 여전히 등록 임대사업자로서 취득세, 재산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48명 중 26명(54%)이 이러한 혜택을 계속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악성 임대인 34명 중 25명(74%)이 임대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이들은 악성 임대인으로 등재된 후에도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며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대신 반환한 금액(대위변제액)은 무려 7124억 원에 이른다. 이는 1인당 평균 106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대위변제 건수는 3298건으로, 3000명이 넘는 전세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안심전세포털 홈페이지와 안심전세앱을 통해 전세보증금을 떼먹은 악성 임대인 12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 악성 임대인은 평균 8개월 이상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으며, 보증금 규모는 평균 18억 9000만 원에 이른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3명(26%)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30명(24%), 60대 28명(22%), 40대 19명(15%), 20대 6명(5%) 순으로 나타났다. 거주지별로는 경기도가 47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 35명, 인천 18명 등이 뒤를 이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임대사업자가 보증금 반환을 지연해 임차인 피해가 발생한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임대사업자 자격이 말소된 사례는 지난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년 6개월간 단 7명에 불과하다.
이 같이 여전히 많은 악성 임대인이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며 세제 혜택을 받고 있어, 명단 공개가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악성 임대인이 세제 혜택을 받으며 임대 사업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법적, 행정적 대응을 강화해 전세 피해를 방지하고 세입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