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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의료문제, 현장 기사로 말해야

 

병원에 들러 해열제와 기침약을 받아 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추석 연휴 동안 낮에는 괜찮다가 아침과 저녁이면 열이 오르고 기침하는 아이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집에 두었던 이 약 저 약을 꺼내 보이며 아이에게 먹이자 강권했다. 아직은 병원에서 받은 약이 있으니까 집에 돌아가면 병원에 가보겠다고 둘러댔다. 괜찮을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이번 감기는 폐렴으로 갈 수 있으니 병원을 다시 오라고 했던 의사의 말이 있었기에 속으로 걱정을 했다.

 

연휴 마지막 날 동네 병원은 북새통이었다.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병원에 도착했는데 아이 이름은 대기 번호 80번에 떴다. 오전 진료만 하니까 더는 접수 환자를 받지 말아야 하지 않냐는 숨죽인 소리가 접수대에서 들렸다. 대기 번호가 100까지 늘고 있었다. 복도까지 대기 환자가 서성였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묻는 건 소용없게 느껴졌다. 문 연 다른 병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인근 병원 세 곳을 들렸고, 다른 동네까지 가서야 30분 대기하면 진료를 볼 수 있다는 병원이 있어 다녀왔다.

 

정부는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을 9월 25일까지 2주간 운영하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응급의료 체계 유지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증 환자의 응급실 본인부담금을 90%까지 인상해서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줄이고, 응급상황으로 마취를 포함해 수술에는 진료비에 50%의 가산금이 붙게 했다. 경증 환자는 되도록 동네 병원을 이용하라는 취지였는데, 막상 가족이 아픈 상황을 겪었기 때문인지 이를 두고 ‘대책’이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7개월째로 접어든다. 전공의가 이만큼이나 한꺼번에 병원을 벗어난 건 유례없는 일이다. 환자 진료를 축소하는 병원이 늘면서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나마 이번 추석에는 ‘의료대란’ 사태가 일지 않았다고 정부가 발표했는데 그랬다면 다행이라는 안도감은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의료공백 사고는 없었는지 불안과 의심까지 거둘 수 있는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추석 연휴 문을 연 병원이 작년 추석 때보다 2배 가까이 늘면서 응급실 대란이 완화될 수 있었다니 그나마 그러한 평가가 이해가 간다 싶을 정도다.

 

혼란이 없었다는 대통령실과 정부의 답변과 다르게 한국일보는 15~18일 추석 연휴 나흘간 3곳의 권역응급의료센터의 현장이 위태로웠다고 전했다. 응급실에 들어간다 해도 ‘무한 대기’가 이어졌고 병동 입원은커녕 CT 검사 등을 시행하지 못해 동동거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타는 상황이 오죽했으랴 싶다.

 

응급이 아닌 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를 줄이자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진료비 본인 부담 비율을 높여 제한을 두는 방식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선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있다. 어느 한쪽을 편들며 지지하거나 호통치는 언론의 보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의료공백 사태를 내가 겪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수준 높은 시민의식 덕에 응급실 대란은 없었다는 자화자찬 보도는 환자와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에 다가가지 못했다. 의료 현장 문제와 한계를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현장 보도가 더 많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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