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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세상을 걷는 마음의 태도

 

살맛 돋는 가을이다. 가을바람은 추석을 앞세우고 왔다. 그 바람이 목을 껴안아주고 피부를 만져주면 마음은 얻는 것 없이 상쾌해지고 몸 컨디션은 상승된다. 그 기분으로 숲길은 걸으면 가슴속에서는 나도 모르게 익숙하게 불렀던 노래가 재생되어 입 밖으로 나온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추억은 가슴속 열차를 타고 빛바랜 색으로 달려온다. 위의 동요를 부르거나 들으면 나이 따라 헐거워진 눈물주머니 탓인지 눈가에는 눈물이 맺힌다. 특별히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에서 마루 끝에 나와 앉아 ‘엄마를 불러 봅니다.’라고 나는 바꿔 불렀다. 그러면서 흐르는 눈물을 그냥 흐르게 했다.

 

이것이 내 영혼 1번지 고향 정서요 그리움의 본향이다. 내게는 형제도 이웃도 없었고 아버지는 늘 밖에 계셨다. 어머니는 틈만 나면 마루가 번들번들 윤기가 돌고 빛이 날 정도로 닦으셨다. 가슴속 슬픔을 말 대신 부지런한 살림살이로 다스렸다. 그리하여 마루의 바닥일지라도 윤기가 흐르도록 길을 내면서 자신을 닦달하신 것 같았다. 어머니는 비가 오거나 손님이 오는 날이면 가르마 반듯한 머리에 흰 한복을 법도 있게 차려입으셨다. 그 곁에서 나는 어머니 젖을 빨았고 밥을 먹었다. 들에 나가 일하실 때는 해가 질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를 마루 끝에 앉아 애가 타게 기다렸다. 그리고 끝내는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랬어도 그 모습과 그때가 내게는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단어로써 ‘행복’의 순간이었다. 괴테는 ‘일생 동안 행복했던 시간은 겨우 17시간이었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거니 싶다.

 

가을이 되면 어머니는 내 새끼 안쓰럽다고 대추와 인삼을 넣어 푹 삶은 삼계탕을 끓여주셨다. 그래서인지 삼계탕을 마주하고 있으면 재밌는 유머기 떠오른다. 친구 몇 명과 삼계탕과 보신탕을 같이 하는 음식점을 갔을 때다. 주인아주머니가 다가와 주문을 받기 위해 하는 말이다. “개 아닌 분! 손들어 봐요.”-

 

혼자 몸으로 세상을 살아오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공부하는 문인으로서, 자식으로서, 아버지로서,.. 세상살이가 거미줄 같이 엮어져 있는 가운데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는 자격증도 재물도 없었다. 별 볼일 없는 처지에서 법치 정치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평생 동안 운명이 내게는 좋지 않은 카드만 주었을까 하고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우공(愚公)의 이산(移山)’을 염두에 두고 살고지 했다. 90세의 어리석은 노인이 집 앞뒤를 가로막는 높은 산을 옮기기로 하면서 실천했던 그 정신을 생각했다. 남 도움 없이 사회적 배려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힘으로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산다는 것. 자기 철학과 신념으로 펜대 곳곳이 세우고 올곧게 살아가고자 했다. 때로는 어리석게도 본인이 본인을 위로하며 다독이면서 말이다. 그리고 산전수전 겪으면서 살아왔다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에 온기를 느끼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뒤돌아보면 가족을 위해 진한 눈물을 흘려보았는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울어보았는가? 나를 위해 눈물 한 방울이라고 흘려주셨던 스승이 계셨던가? 작가로서 글을 쓰면서 독자의 눈시울을 붉게 하든가 콧등을 시큰하게 해 주었던 작품이 얼마나 있었던가?… 의문부호만 늘어간다. 뭐를 하던 잘 될 수 있을 것 같은 가을이다. 마루 끝에 앉아 별을 세는 것보다 오늘만은,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에는 더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라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기도문처럼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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