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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의 마켓인텔리전스] 위기의 삼성 반도체, 경영진의 맹점 혁신해야 생존한다

 

지난 5월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DS) 담당 부회장을 전격 경질하고 새로운 사령탑으로 전영현 부회장을 임명했다. 10월 8일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에 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삼성 반도체가 처한 위기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삼성 반도체가 메모리 분야에서 지난 30년간 1위 자리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반도체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의 변화 물결이 소용돌이치고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은 반도체 칩을 스스로 설계하고 제조는 위탁생산업체에 맡기고 있다. 삼성 반도체가 이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에 선두주자로 TSMC와 협력하여 엔비디아에 독점적으로 납품하고 있다. 삼성 반도체는 2019년 HBM 전담개발팀을 해체하여 현재 SK하이닉스에 고전하고 있다.

 

2019년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를 따라잡겠다”라고 선언하고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파운드리는 메모리 시장과 달리, 위탁생산체제이다. 고객이 주문하지 않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다. 구글도 5세대 AP칩 생산을 삼성에서 TSMC로 옮기려 한다. 삼성은 고객 주문이 늘지 않아 고민이다. 평택공장 라인을 일부 중단했다.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완공도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봉쇄정책으로 레거시 분야에 집중한다. 향후 메모리 부문에서도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1980년대를 뒤돌아봐야 한다. 미국 반도체 업체들은 경쟁력이 떨어지자 메모리 분야를 떠났으며, 그 공백을 일본기업들이 메우고 1등을 차지했다. 삼성 반도체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일본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1990년대 정상 자리에 올랐다. 삼성도 방심하면 미국·일본 반도체 업체들처럼 물러나게 된다.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이 삼성 반도체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삼성 반도체는 한 지붕 아래 두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도 한다. 이것은 강점이자 취약점이다. 메모리산업의 핵심역량인 대량생산과 가격경쟁이라는 타성에 젖은 임원들이 맞춤형 위탁산업인 파운드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고객 확보가 우선이다.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을 대상으로 고객 지향적 마케팅, 맞춤형 서비스, 높은 수율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 TSMC는 지난 37년 동안 위탁생산에 체질화된 전문업체이다. 삼성 반도체는 AI 산업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량생산이 아니라, 고객 맞춤형 생산이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인 혼다는 임직원들이 전기차 생산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자 소니와 합작으로 전기차 회사를 별도로 만들었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려면 혁신이 필요하다. 삼성 반도체 경영진은 기존 메모리산업에 매몰되어 관료 조직화하여 사고가 유연하지 못하였다. 이는 세계 1등 기업들이 갖는 공통적인 맹점(blind spot)이다. 맹점을 깨닫지 못하고 혁신을 게을리하면 코닥, 블록버스터, 폴라로이드 등 과거 일류기업처럼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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