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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섭의 이심전심(以心傳心)] 민족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하자!

 

우리는 지금 혼탁(混濁)한 시대를 살고 있다. 신문·방송·영화·SNS 할 것 없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거친 말과 혐오 표현이 난무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들 살림살이가 어렵다 보니 인심(人心)이 각박해진 것은 아닐까. “일정한 생업을 갖지 못하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無恒産無恒心)”는 맹자(孟子)의 말이 예나 지금이나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속담에도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이 가정·조직·기업·국가·세계 어느 곳 하나 민생(民生)이 넉넉하지 않고 미래가 불안하면 여기저기서 불평·불만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서로의 생각이나 의견이 엇갈리더라도 내부 분위기가 좋을 때는 별다른 탈이 생기지 않는다. 기초 체력이 있거나 어느 정도의 내성(耐性)이 있는 사람은 약간 상한 음식도 너끈히 소화해내는 이치와 같다. 그러나 국가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제때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더 큰 분열과 자중지란(自中之亂)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국가공동체나 민족공동체의 뿌리 자체를 송두리째 뽑아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내부에서 일어나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적절한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어느 시대든 내치(內治)의 근본이었다.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공동체의 의견이 항상 일치하진 않는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자주 강조되던 국론 통합도 점점 더 쉽지 않다. 대한민국과 한민족공동체의 미래와 직결된 통일문제일수록 논쟁과 대립 대신 대화와 타협, 협상과 설득, 경우에 따라서는 이해와 공감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하고 막연히 미래를 기다릴 수는 없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끝까지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3·1운동(1919)에서 크나큰 교훈을 얻었다. 독립선언서(獨立宣言書)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의 입장이나 지식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선언서에 담긴 대의명분(大義名分)이나 이념·가치들이 중요했겠지만 실제 삶의 현장에서 목숨 걸고 자주독립 만세를 목놓아 외쳤던 민(民)의 입장이나 독립운동사의 관점에서 보면 공약삼장(公約三章)의 행동강령이 훨씬 더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우리 정부가 지난 광복절(2024) 경축사에서 선언한 ‘8·15통일독트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관련 부서의 입장이나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보면 3대 비전, 3대 추진전략, 7대 추진방안 등의 내용이 중요하겠지만 다수의 대한민국 국민과 북한주민, 그리고 180개국에 뿌리내린 재외동포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동어반복적이다. 지금부터라도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8,500만 겨레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행동강령과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할 수 있는 실천규범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느냐, 국력은 어디까지 성장하느냐, 특히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한민족공동체는 어떤 형태로 변화·발전하느냐와 같은 물음들은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에 활약한 재외동포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1878-1938)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온 국민이 똘똘 뭉쳐 힘을 길러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탐내는 나라가 많습니다. 첫째도 힘이고, 둘째도 힘입니다.”라고 강조했던 도산에게 민족의 독립은 군사·외교·재정·문화·식산·통합단결,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완성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민족공동체의 미래 역시 군사·외교·재정·문화·식산·통합단결, 어느 것 하나 빠져서는 안 된다. 우리의 민생과 내치를 여유롭고 조화롭게 하는 촉매제로서의 미래 대비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굳고 단단하고 튼튼하게 하는 머릿돌로서의 미래 개척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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