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다시 법정에 섰다. 이번 항소심에서도 검찰은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하며 "경제 정의와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한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상황에서 나온 이번 구형은 검찰이 주장하는 단순히 법적 정의의 문제를 넘어 대기업 총수에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관행이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과도 같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기록하며 매년 한국 GDP와 수출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이재용 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AI, 바이오헬스, 전장 부품 등 신산업에 과감히 투자하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이끌어왔다. 그러나 그의 부재는 삼성전자의 경영 공백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검찰의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이 경제적 현실과 괴리될 때,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지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이번 재판은 1심에서 "합병이 승계 목적만으로 추진되었다는 증거가 없다"며 전면 무죄를 선고받았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동일한 논리로 2심에서 강경하게 징역형을 구형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 삼성전자와 같은 선도 기업이 리더십 공백을 겪게 된다면, 빠른 의사결정과 대규모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글로벌 경제의 속도와 리스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가 경제와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지난 2022년 삼성전자는 수원시에 1517억 원, 용인시에 636억 원, 화성시에 2000억 원, 평택시에 1393억 원 등을 법인지방소득세로 납부했다. 하지만 지난해 적자로 올해 이들 지자체에서 관련 세수를 받지 못해서 심각한 세수 부족 사태를 겪었다. 사실상 경기 지역 전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협력사와 중소기업들, 지역사회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한 기업 총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대기업 총수를 겨냥한 지나친 사법적·정치적 압박이 반복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의 경영 환경은 위험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상생협력기금 출연 등과 관련해 지적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대기업을 '정치적 무대'로 삼는 분위기는 한국의 경제 구조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이재용 회장 등 대기업 총수에 대한 검찰의 '유독' 엄격한 잣대가 계속된다면 그 여파는 법의 정의를 훼손하는 걸 넘어 끔찍한 경제적 손실로 나타날 것이다.
검찰은 '경제 정의'를 주장하지만, 정작 경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