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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디아스포라와 북한이탈주민

 

디아스포라는 추방과 이산을 가리킨다. 그리스어 diaspeirein에서 유래되었고, ‘~를 넘어, ~를 지나다’라는 뜻과 ‘흩뿌리다’의 합성어이다. 성경에 나오는 ‘출애굽기’에서 유대인들은 아브라함의 후손으로 바빌로니아(이라크)에서 가나안(이스라엘)으로 갔다. 이스라엘에 기근이 생기자 이집트로 피했고, 그곳에서 형제 요셉이 그들을 맞았다. 아브라함과 요셉이 죽은 뒤 유대인들은 노예 상태가 되었고, 이들을 구출하라는 하나님의 명을 받은 모세는 무리를 이끌고 가나안으로 갔다. 모세의 후손들이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북쪽과 남쪽으로 쪼개졌고, 신의 분노로 성전은 파괴되고 유대인들은 세계로 흩어졌다. 디아스포라는 이산과 이주를 설명하려는 연구자들이 만든 용어 즉 연구 분석틀이다.

 

디아스포라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추방과 이산을 설명하는 언어가 되었고, 의미는 확장되었다. 5세기 강한 국가 사이에 끼인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전쟁과 침략으로 자발적으로 고향을 떠났고, 16세기 노예무역으로 1100만 명에 달하는 아프리카인들이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로 갔다. 18세기 영국식민지 상태였던 아일랜드는 대기근으로 백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경제적 이유로 200만명 이상이 세계로 흩어졌다. 디아스포라의 분류는 20세기 노예제 폐지와 함께 노동계약으로 단기간 체류, 장기간 이주 등으로 확장되었다. 디아스포라는 오늘날 이민과 이주, 난민을 설명한다.

 

나는 누구인가? 이주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이주한 사람들이다. 어딘가에서 왔고, 한반도라는 지리적 위치에 정착했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이다. 한반도 이주의 역사는 1860년 연해주로 이주하여 시베리아로 추방되었고, 스스로 ‘고려인’이라 부른, 현재는 러시아에 거주한 고려인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본다.

 

북한이탈주민은 누구인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용어는 1997년 7월 14일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비공식적으로 귀순 용사, 탈북자, 새터민, 북향민으로 부른다. 연구자들은 북한이탈주민을 디아스포라에 근접시키려 한다. 디아스포라는 한반도적 상황을 디아스포라에 기대어 해석해 보려는 연구자들의 노력이다. 지금도 전쟁과, 난민, 추방과 이산, 이주는 계속된다. 보편적 현상을 ‘흩뿌리다’는 어원을 가진 디아스포라로 설명 가능할까. 뿌리를 찾다 보면 누구나 이주민이기 때문이다.

 

나는 디아스포라인가? 탈북한 사람 대다수는 경제적 이유로 1990년대 고향을 떠났다. 그리고 전 세계로 흩어졌다. 북한이탈주민의 고난은 유대인의 고난에 비유할 수 있으며, 디아스포라 어원에 근접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남쪽에 왔으니, 이천년을 방랑하다 드디어 이스라엘을 건국한 유대인에 비유한다. 비슷하지만 다른 나를 디아스포라로 분류하는 순간 백년도 안되는 분단 시간에 오천년 역사를 팔아버린 것이다. 왜냐하면 국내 거주 북한이탈주민으로부터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디아스포라’라는 용어에 무임승차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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