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수도권 지역 아파트를 대상으로 디딤돌대출 한도가 최대 5500만 원 축소된다. 급격하게 늘어난 디딤돌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하고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만 해당 대출이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상품인 만큼, 규제로 인한 실수요자들의 볼멘소리는 커지고 있다.
1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오는 2일부터 '수도권 디딤돌대출 맞춤형 관리방안'을 시행한다.
우선 디딤돌 대출 시행 시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방 공제'가 면제된다. 이에 따라 주택금융공사 보증 가입 시 포함됐던 소액임차인에게 보장하는 최우선변제금(서울 5500만 원, 경기·인천 과밀억제권역 4800만 원)이 제외돼 대출 한도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경기도에서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기존 대출한도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적용한 3억 5000만 원이었지만, 2일 신규대출분부터는 최우선변제금 4800만 원을 제외한 3억 200만 원만 빌릴 수 있다.
또한 디딤돌대출을 통한 신규 분양 아파트 구매도 어려워진다. 준공 전 아파트처럼 담보를 설정할 수 없을 때 먼저 돈을 빌려준 후 주택 완공 이후 소유권을 설정할 수 있게 되면 담보를 설정하는 후취담보대출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단 12월 1일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실시하고 내년 상반기에 입주하는 단지는 디딤돌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연 소득 4000만 원 이하 가구가 3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때는 방 공제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경우 LTV 80%를 지원하되, 방 공제 면제와 후취담보 제한 등은 그대로 적용된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과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대출도 한도 축소 제외 대상이다.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무주택자가 5억 원 이하의 집을 살 때 연 2∼3%대 금리로 최대 2억 5000만 원까지 빌려주는 서민 정책금융 상품이다. 디딤돌대출 규모가 급증하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집행된 디딤돌대출은 22조 2507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조 1196억 원)의 3배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월 디딤돌대출의 한도를 축소한다는 취지의 관리방안을 주요 시중은행에 전달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자금계획 세웠던 실수요자들이 반발에 부딪히자 대상을 구체화하고 시행 시기를 유예했다. 정부는 이번 한도 축소 조치로 내년 대출액이 3조 원, 조치가 온전히 시행되는 내후년부터는 5조 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딤돌대출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금융상품인 만큼, 규제에 따른 수요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규제 확대에 따른 대출 축소 폭이 부부의 1년치 연봉과 맞먹는 만큼, 고금리의 일반 상품을 이용하면서 늘어나는 이자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
이를 철회해 달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인 A씨는 "디딤돌대출을 받지 못해 다른 대출을 받게될 경우 금리는 4%에 육박한다"며 "이는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내용과 상충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까지 4140명이 동의했으며, 한 달 안으로 5만 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