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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서] 계엄에 관한 헌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77조 제1항).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영장제도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하여도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제3항). 계엄을 해제하려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제5항). 즉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심지어 언론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고,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모여야 겨우 계엄을 해제할 수 있다.

 

다른 나라 헌법도 이런가? 독일의 기본법에서는 방위상의 긴급사태(Verteidigungsfall)에 대해 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위상의 긴급사태는 ‘연방영역이 무력으로 공격받거나 또는 그와 같은 공격의 직접적인 위험에 직면’한 경우로 한정되고, 방위상의 긴급사태의 결정 자체를 의회가 한다. 연방하원의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을 포함하는 출석의원 2/3 이상의 득표나(독일 기본법 제115a조 제1항), 연방하원의원과 연방상원의원으로 구성된 합동위원회의 2/3 이상의 득표가 있어야 방위상의 긴급사태를 확정할 수 있다(제115a조 제2항). 방위상의 긴급사태 하에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연방하원은 언제든지 연방상원의 동의를 얻어 연방대통령이 긴급사태의 종료를 선포하게 할 수 있다(기본법 제115l조). 방위상의 긴급사태에 관한 규정도 상세하게 되어 있어서, 제115a조부터 제115l조까지 11개 조문이 있다.

 

우리 헌법 제77조는 독일의 기본법 제115조보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헌법 제48조 제2항을 닮았다: “국가 내에 있어서 공안의 안녕질서에 중대한 장해가 발생하거나 또는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국가 대통령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고 필요할 때에는 병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목적을 위하여 대통령은 일시적으로 제114조(인신의 자유), 제115조(주거의 불가침), 제117조(우편의 자유), 제118조(언론출판의 자유) 제123조(집회의 자유), 제124조(선거의 자유) 및 제153조(소유권)에 정한 기본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할 수 있다.”

 

바이마르 공화국 대통령들은 헌법 제48조 제2항의 비상 권한을 남용했고, 이는 나치당의 집권으로 이어졌다. 전후 독일은 바이마르 헌법의 실패를 교훈 삼아 1949년 기본법을 제정할 때 국가긴급권에 관한 규정 자체를 두지 않았다가, 이후 기본법을 개정하면서 방위사태와 국내긴급상태에 관한 조항을 만들면서도 의회의 통제 하에 두었다(백윤철, 독일의 국가긴급권, 세계헌법학회).

 

우리 헌법도 한시바삐 개정되어야 한다. 계엄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규정을 더욱 상세하게 해야 한다. 특히 영장제도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은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쉽게 제한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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