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정치 불안'이라는 악재가 일부 해소됐음에도 금융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2500선을 웃도는 수준에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의 매도세로 인해 5거래일만에 하락 마감했으며, 원·달러 환율도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코스피는 전거래일(13일) 종가 대비 0.22% 하락한 2488.97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전거래일 종가 대비 0.67% 오른 2511.08에 개장한 이후 한때 2515.62까지 올랐으나 오전 10시 30분쯤 2500선을 내준 이후 내리막에 접어들었고, 오후부터 본격적인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정국 불안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을 등에 업은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가 이어졌지만, 외국인의 매도세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총 478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개인과 기관은 각각 3680억 원, 29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은 전거래일 대비 0.88% 오른 699.81에 출발한 이후 한때 700선을 웃돌 정도로 치솟았지만, 이내 상승세가 꺾여 698.53으로 막을 내렸다. 개인이 2091억 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168억 원, 772억 원씩 내다 팔았다.
원·달러 환율도 전거래일 오후 종가 대비 2원 오른 1435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오전 한때 1428.2원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1438.2원까지 오르며 하루만에 10원 이상씩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난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도 헌법재판소 심리와 사법당국의 수사 등이 남아 있어 정국 불안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두려움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하락장에서 매수한 주식의 차익 실현, 미국·일본의 통화정책 발표를 앞두고 높아진 경계감 또한 증시를 억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한 것은 불확실성의 완전한 해소가 아닌 첫걸음이란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도 "탄핵안 가결로 정치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지만 차익실현 매물 출회되며 혼조세를 보였다"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한때 때 2510선과 700선을 소폭 상회했으나 차익실현 욕구 작용과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확대되면서 상승폭을 축소했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업계는 지난주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주가가 많이 떨어졌던 만큼, 정치적 불안이 걷히고 난 후 외국인 투자자가 유입되면서 연말까지 국내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은 탄핵 이후 내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상승할 것”이라며 “코스피의 본격적인 상승 시점은 트럼프 행정명령, 미국 금리 상승, 달러 강세, 기업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에 대한 시장의 반영이 추가로 마무리된 이후인 1분기 말에서 2분기 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가 명확해지면 그동안 억눌려왔던 코스피의 반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며 “연말까지 12월 수급 계절성(외국인 선물 매수·기관 프로그램 매수)이 지속·강화될 것이고, 코스피 2500선 돌파·안착 과정에서 단기 등락이 있더라도 매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