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송년회 재개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각종 모임이 열리면서 내수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지만 12·3 계엄 사태 등으로 소비 위축이 심해져 상권이 휘청이자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전날 '금융시장 불확실성 대응 긴급회의'에서 "연말연시 사내 행사는 차분하고 간소하게 하되 본사와 영업점의 연말 송년회 등은 예정대로 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살리기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KB금융도 지난 15일 비상 대책 회의에서 주변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모임을 정상화하도록 당부했다.
연말모임 재개 독려는 정치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하시길 당부드린다"며 "자영업과 소상공인, 골목 경제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5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당초 계획했던 모임과 행사를 진행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응원해달라"고 전했다.
이처럼 정치·경제계를 막론하고 송년회를 재개해 달라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내수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12·3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예정됐던 연말 모임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주요 상권과 골목상권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10일부터 사흘간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4%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한국신용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 신용카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줄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일련의 사태로 인한 예약 취소와 소비 위축으로 송년 특수는커녕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의 처지가 극한으로 내몰렸다"며 "국면이 전환된 만큼 국민 여러분께서도 안심하고 거리를 밝게 비추는 소상공인 매장을 찾아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소상공인 매출 감소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목표치(2.2%) 달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국민들의 연말소비가 위축되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이 줄면서 올해 GDP 성장률이 0.04%포인트(p)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권은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대책도 검토 중이다. KB금융은 최근 비상 대책 회의에서 은행연합회에 함께 진행하는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하고 현재 진행 중인 소상공인 지원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경기 둔화로 인한 소상공인의 자금 경색에 대비한 자금 공여 방안도 논의했다.
하나금융도 최근 회의에서 소상공인에게 실효성 있고 지속 가능한 지원을 위해 맞춤형 채무조정, 저금리·장기 분할 상환 프로그램, 소상공인 상생 보증 대출, 1대1 맞춤 컨설팅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13일부터 영업점 12곳에 '신한 기업 고충 지원센터'를 신설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전통시장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한편 '소상공인 종합지원센터' 6곳을 통해 금융상담 등을 지원한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