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강행하면서 주주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으나, 기업들은 이를 보완하는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며 유상증자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달 8일 발행주식의 약 32%에 해당하는 5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이었으나, 발표 직후 주가는 한때 33%나 급락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감원은 지난 2일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앞서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추진했던 유상증자가 금감원의 정정요구로 철회된 바 있어, 이수페타시스의 증자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수페타시스는 9일 뒤인 11일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며 유상증자 일정을 변경하는 선에서 계획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정정요구를 투자 위험 설명 강화 수준으로 대응한 것이다.
현대차증권도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26일 20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으나, 이 역시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금감원은 이달 13일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차증권은 “금감원의 보완사항을 정정하고 있으며 이달 중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증자를 철회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정정요구와 관련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라는 일반적인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증권 측은 “투자위험 요소 등의 보완 요구가 있었다”면서도 증자 철회 사유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연대는 전일(16일)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반려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지분 5.56%를 결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 등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증권의 소액주주들 역시 금융감독원에 민원 제기 운동을 벌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감원이 정정요구 이후 재차 조치를 취할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소액주주들과 기업 간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