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당시 경찰 지휘부가 “계엄이 위헌인지 몰랐다”는 해명을 내놓으면서 경찰 조직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법치 국가의 수호자로서 헌법의 기본 원리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상부의 명령에만 따랐다는 점에서 경찰 지휘부의 자격을 문제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조지호 경찰청장이) 계엄령이 선포됐다면서 선관위를 통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계엄령이 위헌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많은 법률가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며 뒤늦게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치안 수요자인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법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할 경찰이 위헌 여부조차 판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위헌적인 계엄령에도 “명령에 따랐다”는 태도를 보인 경찰 지휘부가 법적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민 김동윤(31) 씨는 “경찰은 법률에 따라 범죄자를 수사하고 체포하는 기관 아닌가”라며 “헌법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형사소송법은 어떻게 알고 집행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박대헌(58) 씨는 “과거 전두환 정권 당시 계엄령을 핑계로 경찰이 반정부 인사를 탄압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수십 년이 지났지만 경찰은 여전히 시민 안전보다는 상부의 명령에만 충성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경장급 경찰 관계자는 “이번 계엄 사태 이후로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혼란스러워졌다”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기준이지만, 상부는 다른 기준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를 두고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는 "경찰은 독재 정권 당시 죄 없는 민중을 탄압했다. 그러나 오늘날 경찰은 과거의 오명을 벗고 시민을 위한 민주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갖가지 민원과 생명의 위협을 버텨왔다"며 "그러나 지난 3일 단 한 순간 이러한 노력이 물거품 됐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호소했다.
법조계에서도 경찰 지휘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경찰 지휘부가 ‘명령에 따랐다’는 논리로 내란 책임을 피하려는 것은 문제”라며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해서 위헌적 행위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