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태 당시 과천경찰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과천 청사에 배치된 경찰관들에게 실탄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실탄 지급이 계엄령에 반발하는 시민들을 위협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를 지시한 인물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과천서는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직후 선관위 청사로 경찰력을 보내면서 K-1 소총 4정과 실탄 300발을 경찰관들에게 지급했다.
문진영 과천경찰서장은 이에 대해 “계엄령 조건이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이기 때문에 준전시 상태라 판단했다”며 “난동 등 우발 상황에서 시민과 선관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문 서장의 해명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시민들은 경찰의 실탄 지급이 오히려 계엄에 반발하는 시민들을 억압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천 시민 김도희(49) 씨는 “실탄을 지급했다는 건 발포할 준비를 했다는 뜻 아니냐”며 “경찰이 시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시민들에게 위협을 가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과천 정부청사 인근에 거주하는 신영범(42) 씨는 “계엄 당시 일부 군 지휘부는 실탄을 챙기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경찰은 그런 판단을 하지 못한 것 같다”며 “만약 시민들이 선관위로 몰려갔다면 경찰의 총구가 어디를 향했을지 생각만 해도 두렵다”고 말했다.
계엄 당시 이상현 1공수여단장을 비롯한 군 지휘부가 실탄을 부대에 두고 출동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경찰은 반대로 실탄 지급을 선택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경찰의 행동이 계엄에 동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시민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총기와 실탄을 반출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에 동조했다 봐도 무방하다"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나 조지호 경찰청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는 아니더라도 내란을 '방조'했다는 혐의는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문진영 서장은 “계엄 당일 모든 매뉴얼에 따라 총기와 실탄을 지급하도록 지시했다”며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혼란스러운 계엄 상황 속에서 헌법기관인 선관위와 시민들을 지키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일념으로 판단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한편 실탄 반출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문 서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에 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의 반발과 법적 검토가 이어지면서 이번 사건은 계엄 사태의 여파 속에서 또 다른 논쟁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