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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농담] 계엄, 대통령의 ‘합리성’은 어떻게 왜곡되었나

 

2024년의 겨울, 대한민국 국민들은 내란 소요가 일어난 현장에서 또는 미디어를 통해 역사를 보았다. SNS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계엄령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잠 못 이루던 그날 밤, 미디어는 전 국민을 역사의 기록자로 만들었다.

 

미디어가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미디어 연구자라면 그날의 현상에 관해 이런 질문들을 던질 것이다. 계엄령 관련 정보를 접하기 위해 이용한 미디어가 이용자의 정치 태도와 참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미디어 연구는 미디어가 일반 시민의 인식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며, 정치 엘리트가 전략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할 것이라 전제한다. 그러한 까닭에 정치 엘리트는 시민이 접하는 미디어와 정보를 통제한다. 언론 보도를 정정하려 하고, 심의를 통해 특정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다. 물론, 민주주의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그간 주목하지 않았던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였다. 당혹스럽게도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은 계엄령이 그들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정의롭고 ‘합리적’인 결정이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합리성’은 도대체 어떻게 구성된 것인가?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는 극단적 결정을 합리화하게 되기까지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은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접해왔으며, 어떤 정보 환경을 만들어 왔던 것인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소위 ‘극우’ 유튜브 채널들이 생산하는 정보가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의 판단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확증 편향은 비단 유튜브 알고리즘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시시각각 발표되는 속보들에 따르면,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동조한 주변 인물들 역시 놀라울 만큼 ‘선별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권력자의 위험한 생각에 찬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거대한 반향실을 만들었을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일찍이 배제되거나 침묵해야 하는 억압적 상황에 놓였던 것이 아닐까.

 

국민을 지키기 위해 거국적인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는 그들의 진부한 언어에서 우리는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의 의사결정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계엄령 이외의 결정들은 도대체 어떻게 내려졌단 말인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전쟁과 계엄을 선포할 수 있고, 긴급경제명령을 발동할 수 있고, 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고, 정부법안도 발의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런 권력을 가진 자가 불합리로 일관할 때마다 그를 일깨우려 국민이 직접 한겨울 광장에 모일 수는 없지 않나.

 

대통령이 어떤 정보 생태계 안에서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극히 드물다.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심지어 이번 정부는 대통령 기록물도 제대로 남기고 있지 않으며, 대통령실을 구성한 인물들이 누구인지조차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계엄령을 선포하기까지 의사결정 과정을 담은 회의록이 제대로 남아 있기는 한지 알 수 없다. 우리는 되물어야 한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결정은 어떤 침묵과 불통 위에서 내려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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