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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뉴스읽기] 코리아 디스카운트

 

12.3. 계엄선포 사태 후 환율 오름세와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도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 정국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높게 인식하게 된 것 같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자본시장이 개방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들이 한국의 자본시장을 대변하는 용어로 즐겨 써 온 말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말 그대로의 뜻은 한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어서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주식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거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남북 간 대립이나 지나친 수출의존형 경제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1960년대에 경제개발을 추진함으로써 비로소 빈곤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런데 한국의 경제성장은 몇몇 대기업 재벌이 주도해왔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경유착에 의한 재벌 주도의 경제 성장은 결국 한국의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남북 분단의 지정학적 리스크뿐만 아니라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그에 따른 낮은 주주환원 등으로 그 원인이 확대된다. 기업지배구조란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시스템, 이사회와 감사의 역할과 기능, 경영자와 주주와의 관계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경영자가 이해관계자, 특히 주주의 이익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감시, 통제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부실계열사를 인수합병하고, 쪼개기 상장 등을 통해 이익을 편취해 온 재벌이라면 건전한 기업지배구조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고, 소액주주권한을 강화하며, 회계감사제도와 금융감독체계 등을 강화해 왔다.

 

사외이사제도는 199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었다. 상법 제542조의8에 의하면 자산 규모가 2조원이 넘는 상장회사는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두되 이사 총수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등재토록 했다.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은 일반이사에 준하므로 사외이사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어 손실이나 경영실패를 초래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 2020년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65조의20은 자산 규모 2조원이 넘는 상장법인은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갖추도록 하였다. 이 조항은 2년의 경과조치 기간이 지나고 2022년 8월부터 본격 시행되었다. 여성도 이사회를 구성토록 한 이 정책은 인적 다양성이 기업 성과에 긍정적 요인이 되며, 기업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방편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영환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는 10년 전 저술한 그의 저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vs 코리아 프리미엄'(2014)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주식과 같은 금융상품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잠재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분단 상황에서도 경제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고,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IT강국의 명성을 다져왔다. K팝을 위시하여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 등 K드라마와 영화는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 뿐인가, 한식 또한 K컬처의 상징처럼 되었고, 그래서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급증했다.

 

이번 사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에 ‘정치적 리스크’가 더 크게 자리 잡게 되었다. 분열된 정치와 이기적인 진영정치가 촉발하는 불안정성이 지속된다면 한국경제, 도약하던 K컬처의 미래는 암울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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