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한다. 그러나 그 권리는 어디까지나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는 국민에 대해 국가가 보장하는 권리다. 의무는 지키지 않으면서 권리만 누리는 경기도민들이 늘고 있음을 드러내는 추징 통계가 나와 충격이다. 지방세 납부를 누락하는 경우의 적발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뭔가 고장이 나 있다는 방증이다. 원인을 정밀 분석하고 방지책을 세우는 일은 결코 미뤄서는 안 될 화급한 사안일 것이다.
경기도는 올해 시군과 공동으로 실시한 지방세 ‘기획조사’ 결과 모두 7357건의 세금 누락 사례를 적발하고 199억원을 추징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와 시군은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도·시군 공동 지방세 기획조사’를 통해 이 같은 거액의 누락 세금을 추징했다. 이는 최근 5년 동안의 추징금 가운데 최대이자 5개년(2019~2023년) 실적 평균인 120억 원보다도 79억 원이나 많은 세액이다. 기획조사는 지방세 탈루·과세 누락 개연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일제 조사를 통해 숨은 세원을 발굴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주요 과제별 성과는 개인 신축건축물 과세표준 기획조사 30억 원(479건), 부당행위계산 과세표준 기획조사 1억 원(35건), 일시적 2주택 처분기한 도래 기획조사 147억 원(426건) 등이다
적발된 사례들을 보면 어이가 없다. 화성시에서는 건물 신축 시 시가표준액 약 19억 원을 12억 원으로 낮춰 취득세를 거짓으로 신고 납부한 경우가 발견됐다. 도는 도급법인 장부가액을 조사했고 누락 과표 약 7억 원을 적발, 취득세 등 3000만 원이 추징했다.
용인에서는 취득 토지에 대해 약 3억 6000만 원을 신고 납부했으나, 시가 인정액이 약 4억 8000만 원인 것으로 조사돼 도는 취득세 등 700만 원을 추가 징수했다. 이 경우에는 ‘부당 행위 계산 부인’이 적용됐다. ‘부당 행위 계산 부인’이란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 중 시가 인정액과 사실상 취득가격의 차액이 시가 인정액의 100분의 5에 상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천에서는 기존의 아파트를 보유한 채로 22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새로 취득하면서 기존 아파트를 일시적 2주택 처분기한 내 처분하지 않았음에도 취득세에 중과세율을 적용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취득세 등 1억 6000만 원을 추징했다.
도는 2020~2024년 5년간 ‘지방세 기획조사’로 총 739억 원의 누락 세금을 적발해 추징했다. 내년에도 시·군과의 협업을 통해 지방세 누락·탈루 의심 분야에 대한 기획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에게 자유권, 평등권, 참정권, 청구권, 사회권 등 권리를 보장한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이자 헌법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헌법은 이와 함께 국민의 의무로서 납세의 의무·국방의 의무 외에 환경 보전의 의무, 재산권 행사의 공공복리 적합 의무, 근로의 의무·교육의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납세의 의무는 국방의 의무와 함께 고전적 국민의 2대 의무 중 하나다.
‘납세의 의무’가 갖는 최고의 특성은 이 의무가 국가사회 존속의 기본 조건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납세의 형평성이 무너지면 곧바로 국민의 ‘조세저항 심리’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탈세와 누락은 조금도 잠시도 방치해서는 안 되는 핵심적인 행정 영역이다.
경기도가 올해 시군과 공동으로 ‘기획조사’를 실시해 은닉돼 있던 역대 최대의 누락 지방세를 적발해내고 이를 추징한 것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숙제로 떠오른, 현상의 발생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 또한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조세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잡듯이 뒤지는 ‘기획조사’를 계속 동원할 것인가. 성실납세, 정직한 납세가 보장되는 세금 관리 시스템 확보에 더욱 전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