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무정지, 다수 국무위원 부재 등 ‘붕 떠 있는’ 가운데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놓고 정치권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파탄, 헌재 마비가 불가피하다는 우려 속 국민 권익을 우선시하는 헌법 정신이 권한대행의 부담을 덜어줄지 주목된다.
30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임명보류로 한덕수 총리가 탄핵소추된 이후 헌법재판소는 6인체제에서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까지 가능한지 여부를 논의 중이다.
한덕수 전 권한대행이 대행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에 대한 정치권의 논쟁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의 대행이라는 점에서 출발했다.
특히 대통령의 권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은 법조문이 논쟁의 발화점이 됐다.
다만 법조문이 모호하게 적혀있는 이유는 일일이 열거해놓을 경우 자칫 열거하지 않은 범위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제한되는 등 문제로 국민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서 ‘해고의 정당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거나 민법에서 다양한 사례를 다루기 위해 ‘혼인 유지가 불가한 중대한 사유’를 얼버무리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상황에 따라 국민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또는 국민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호하게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는 현재로선 ‘국민에게 더 이로운지’를 따져보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여야 정치권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권한은 거부권, 헌법재판관 임명권이다. 앞서 한 전 대행은 이미 농업4법·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에 거부권을 쓰면서 적극적 권한 행사에 나섰다.
한 전 대행은 거부권 사유로 시장 기능 왜곡, 재정 부담, 국회 의결 지연, 신체의 자유·사생활 비밀과 자유 침해 소지 등을 들었다.
이는 나름 국민에게 이롭게 한다는 법리적 관점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보이지 않았으며 민주당도 시장 안정화 등 경제 불안 해소에 협력하겠다며 일정 부분 수용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선 이런 헌법적 관점이 아닌 여야 합의에 기대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신뢰를 잃었고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한 전 대행이 직무 정지되면서 지난 27일자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 대행은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여전히 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다만 ‘국민 권익’이라는 법리적 관점에서 봤을 때 현 시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거나 하지 않아 국민의 권리를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을지, 손해 입힐지를 기준 삼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을 위한 가처분 인용에 따라 내년 1월까지 6인체제로도 심리가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따로 받으면 내년 1월 이후라도 6인체제로 심리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2명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 18일이 지나면 4인체제가 되며 의결정족수 자체에 미달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물론 한 총리, 이 위원장 등 사건이 ‘올 스톱’된다.
내년 초까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마치더라도 다른 사건들을 진행하려면 어차피 새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권한대행의 신임 헌법재판관 임명이 필수다.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이날 입장문에서 “재판관 후임자를 임명해 헌재를 정상화하는 것을 대통령에게 부여된 헌법상 의무”라며 “권한대행이 충분히 임명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들도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이 헌법 조항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입을 모은 바 있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