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3일 오전 8시 쯤 ‘12.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및 수색 영장 집행을 시작했다. 이후 국민들은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체포 영장 집행 시도에 눈을 떼지 못한 채 5시간 30분 동안 초조함 속에서 애를 태웠다.
한남동 관저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윤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검사를 비롯한 공수처 체포팀이 영장을 들고 진입했지만 경호처 직원들과 수도경비사령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막아서며 대치가 시작됐다. 대치는 5시간 30분 정도 이어졌다. 그리고 오후 1시 30분쯤, 공수처는 수사팀 안전이 우려된다며 체포 영장 집행을 멈췄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것이다. 버티기를 고수해 온 윤대통령의 전략이 또 한 번 시간을 벌었다. 물론 윤대통령 탄핵과 체포, 파면을 염원해 온 국민들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직후 한 시민이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됐던 사람이 저렇게 치졸하고 비열하게 버티는지. 빨리 나와서 체포에 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한탄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동의할 것이다. 이번에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은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모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헌법 수호 기관인 검찰의 최고위직인 총장까지 지냈다. 대통령이 된 것도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국민들이 믿고 표를 줬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9월 19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해서 “밥을 절대 혼자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밥은 소통의 기본’이기 때문에 항상 여러 사람과 밥을 먹으며 소통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늘 나와서 잘했든, 잘 못했든 국민들 앞에 나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절대 국민 앞에 숨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권력자가 법을 어긴 것이 드러났을 때 제대로 처리를 안 하면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가 없고 그러면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 “힘이 있는 사람에 대한 사건을 얼마나 원칙대로 제대로 하느냐에 국민이 검찰을 어떻게 보느냐가 달려 있다” “무조건 원칙대로 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말도 했다.
윤대통령은 12·3 계엄사태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사기관 출석요구에 불응하면서 법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 당시의 발언과 지금의 모습은 도무지 일치가 되지 않는다. 관저 앞을 지키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그들을 격려하는 내용의 친필 사인 편지를 보내는 등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극단적 지지층에 보호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난 2일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무섭다고 뒤로 숨어서 대중을 갈라치기하고, 속이고, 비겁하게 법의 집행까지 피한다는 건 안타깝고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이 법 집행의 대상자가 되니까 법 집행을 정면을 거부한 채 숨어 있는 대통령이다. 오죽하면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조갑제 씨 조차 한 방송에 출연해 “보수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전제 한 뒤 윤석열 대통령을 “보수의 제일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잘 속고,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없고, 무능”하다고 했다. 목숨을 걸 용기도 없고 하야할 용기가 없었으면 계엄을 선포하지 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총을 가진 집단인 군대를 동원한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모르는 것”이라면서 만 번 목을 베도 모자란다는 ‘만참’이란 극단적인 용어까지 사용했다.
어쨌거나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원이 발부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이 저지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장면은 전 세계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부끄럽다. 국격이 실추됐다. 외신은 윤대통령을 ‘비참한 생존자’라고까지 표현했단다. 이제라도 한 나라의 대통령답게 당당하게 관저를 나서 자진출석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