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 압도적인 지지도를 보이고 있지만 여야 대권잠룡들은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면서 존재감을 키우는 등 대선출마 ‘빌드업’을 이어가고 있다.
8명만으로 처리해야 할 사건이 과중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양측이 쟁쟁하게 대립하는 영향으로 헌법재판소의 시계가 느려지면 얼마든지 승산 있기 때문이다.
◇ 이재명 파도 높아도 잠룡들 노젓기 계속
8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실시한 ‘범야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가 42.0%로 압도적인 지지세를 기록했다.
이어 김동연 경기도지사 7.1%, 이낙연 전 국무총리 6.2%, 김부겸 전 총리 5.9%, 박용진 전 의원 2.7%, 김경수 전 경남지사 2.6% 순으로 나타났다.
앞서 여야 대권주자 대상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36%가 이 대표를 지지했고 홍준표 대구시장(8%), 오세훈 서울시장·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6%)가 뒤를 이어 표차를 벌렸다.
그러나 여야 대권잠룡들은 사실상 차기 대선을 노린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 지사는 최근 “새 길을 열기 위해 주어진 소명을 다하겠다”, “국가지도자는 국민만 보고 정도를 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등 차기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키우는 메시지를 밝히고 있다.
홍 시장도 “내 나라가 조속히 안정되길 기원한다”, “국민이 준 권력을 자제하지 못하면 국가적 혼란이 온다”와 같은 최근의 메시지들을 모아 책을 출판했다.
오 시장은 이 대표를 견제하는 메시지를 주기적으로 내고 있고 한 전 대표는 이달 복귀설이 나오는 등 대권잠룡들은 저마다 토대를 가꿔가고 있다.
이 대표의 독주에도 잠룡들이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는 헌재 시계가 느려지면 충분히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 심리정족수 미달 가능성 여전…180일 넘길지언정 계속
헌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 8인체제를 갖추면서 심리정족수(7인)는 만족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4월 18일 이미선·문형배 재판관이 퇴임하면 다시 6인체제로 돌아가며 의결은 진행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애초에 심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약 이때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심리가 끝나지 않을 경우 후순위인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최 대행 권한쟁의심판 등 모든 사건이 ‘올 스톱’되는 것이다.
헌재는 이런 최악의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헌법소원심판청구사건(2024헌마900)의 종국결정 선고를 더 뒤로 미뤄 이진숙 방통위원장 신청으로 인용했던 가처분 기간을 늘리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심리를 이어갈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에 따르면 탄핵심판 사건은 심판기간을 180일 이내에 마무리하도록 돼 있지만 이는 단순 훈시규정으로 경과해도 무방하다.
◇ 13번째 기일엔 최종 변론해야 李 대선 시계 맞아
헌재는 일단 다음 달 4일까지 5차례 변론기일을 지정하고 앞으로 매주 화·목요일 변론기일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졸속 진행이라는 주장이지만 과거 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변론기일이 각각 일주일에 2~3번꼴, 1~2번꼴로 열렸던 만큼 계획대로 매주 2번씩 진행될 전망이다.
이 경우 최종변론 이후 2주간의 평의 등 남은 절차를 고려했을 때 이 대표가 안전하게 대선에 출마할 수 있으려면 윤 대통령 변론기일이 최종변론기일 포함 12~13차례에 그쳐야 한다.
그러나 유형별 탄핵사유 가짓수와 소추안 분량이 유사한 박 전 대통령 변론기일이 최종변론기일 포함 17차례 열렸던 것을 고려하면 최소 3월 말에나 종국결정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 공직선거법 재판기간은 강행규정…3월 중순 촉각
반면 이 대표가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은 2·3심 판결을 전심 판결로부터 3개월 내 반드시 선고하라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어 지연될 여지가 거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확정판결은 늦어도 5월 15일에 나올 전망이다.
조기 대선 시 대통령 파면으로부터 최장 60일 내 대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3월 16일 이후가 되면 사실상 이 대표는 대선출마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판결이 무죄로 뒤집힐 가능성도 있지만 1심에서 워낙 재판부가 유죄 선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만큼 그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편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지난 6일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에서 추가 의견서를 접수했다”며 “헌재는 여야를 떠나 국민만 바라보고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