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건강과 충분한 입장 전달 등을 이유로 더 이상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에 불응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계엄 이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당당히 밝혔던 것과 달리 공수처의 2차 조사에 불응하며 국면 전환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오전 언론에 “윤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고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을 것이 없다”며 거부 방침을 밝혔다.
당초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에 윤 대통령을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윤 대통령 측이 건강상의 이유로 오후 2시로 조사 연기 요청해 이를 받아들였는데 윤 대통령은 돌연 번복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 이름·직업·주소를 묻는 인정신문(피의자조사 대상이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은 물론 10시간여에 걸친 공수처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이 전속관할권 위반에 따른 무효를 주장,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며 공수처 조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 미리 녹화해 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체포에는 응하지만)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조사와 별개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2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국회의 탄핵소추안 재의결의 부적법함을 강조하며 각하를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 사유 중 형법상 내란죄 제외 역시 부적법하고 비상계엄 선포 위헌·위법 여부는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부정선거 관련 제보를 많이 받았고 의혹이 많았다”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의혹을 밝히는 건 대통령의 책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헌재는 증거채택 결정에 위법은 없다며 윤 대통령 측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를 국면 전환을 위한 여론몰이로 보고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탄핵 심판은 여론 재판”이라며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기각이 될 것이란 기대로 불리한 진술은 하지 않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금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만 확보하면 부정 선거를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윤 대통령은) 법 논리에 따라 말을 교묘하게 바꾸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스스로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메시지는 탄핵 이후 행보와 개인의 인격이 더해져 국민적 분노만 사고 있다”고 꼬집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