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초래한 티몬·위메프(티메프) 여행·숙박 상품에 대한 한국소비자원의 집단 조정안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자원이 내놓은 조정안에 대해 판매업체와 전자결제대행사(PG사) 대다수가 수용을 거부하면서, 피해 소비자들은 결국 민사소송을 통해야만 환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19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발표된 티메프 피해 집단 조정안에 대해 현재까지 수용 여부를 밝힌 업체들 대부분이 불수용 입장을 전했다. 해당 조정안은 ▲여행사 등 판매업체 106곳이 피해 금액의 최대 90% ▲PG사 14곳이 최대 30%를 각각 부담해 피해자들에게 환불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난 17일 기준 조정안을 받아들인 업체는 소규모 숙박업체 2곳뿐이며, 여행사 등 판매업체 106개 중 39개(36.8%)와 전자결제대행사(PG사) 14개 중 7개(50%)가 현재까지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조정 결정이 법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어 정확한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다”는 내용의 공동 입장문을 준비 중이다. 여행업계는 “결제대금을 한 푼도 받지 않은 여행사에 90%의 환불 책임을 부과하면서, 여신전문금융업법상 환급 책임이 있는 PG사에는 30%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PG사들도 “법적으로 통신판매업자인 여행사가 환불 책임을 져야 한다”며 조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티메프에서 여행·숙박 상품을 구매했다가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고 소비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는 8054명, 미환불 금액은 총 135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조정안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개별적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소송 절차가 시작되면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원은 2021년 발생한 ‘머지포인트 환불 대란’ 사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며 우려를 표했다. 당시 소비자원은 피해자 300명의 집단 소송을 지원했고, 1심 승소 판결이 나오기까지 2년이 걸렸다. 하지만 머지포인트 운영사에 남은 자산이 거의 없어 피해자들이 실제 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조정이 불성립될 경우 집단 소송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소송에서도 판매업체들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므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비자원 홈페이지에서는 피해자 8054명의 결정서와 판매업체·PG사의 책임 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운영 중이다. 업체들의 최종 회신 기한은 이번 주 중반이며, 조정 성립 여부는 다음 달 말쯤 확정될 전망이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