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BYD가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지만, ‘가격’만으로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반값 전기차’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부정적 인식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 등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 ‘대륙의 실수’는 옛말… 한국선 ‘그저 중국산’
한때 대륙의 실수’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던 샤오미 스마트폰조차 한국 시장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BYD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하더라도, ‘중국산’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한국 소비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8000만 원이 넘는 고급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다는 것을 꺼리는 심리는 BYD 전기차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브랜드 가치와 신뢰를 상징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며,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개인정보 유출 우려… “믿어달라”는 말로는 부족
BYD는 한국 내 서버를 통해 데이터를 처리하며 정보 보안에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틱톡(TikTok), 화웨이(Huawei), 샤오미(Xiaomi) 등 중국 기업들이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국제적 논란에 휩싸였던 전례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가로막고 있다.
특히 위치 정보, 주행 데이터, 운전 습관 정보 등이 차량을 통해 수집되는 만큼, BYD의 설명만으로는 소비자들의 의심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정보보안법과 관련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국내 서버 운영’이라는 설명만으로 신뢰를 얻긴 힘들다”고 말했다.
◇ 렌터카 시장 장악 의혹… “BYD의 사전 작업?”
BYD의 한국 진출과 관련해 국내 렌터카 시장 장악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 등이 국내 렌터카 1, 2위 업체 인수 두고, “BYD 등 중국 완성차들의 공급 확대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어피니티와 BYD 등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렌터카 시장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차량을 직접 경험하는 중요한 채널인 만큼, 대규모 렌터카 업체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렌터카 시장 장악 후 대량 공급 계약을 통해 BYD 차량의 도로 점유율을 높이고, 이를 브랜드 신뢰로 연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알리·테무와 같은 취급” 우려… 고급 이미지 구축 실패 가능성
일각에서는 BYD가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Temu)와 같은 저가 중국산 제품과 비슷한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0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품질에 대한 의심을 받는다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소비자는 “자동차는 목숨과 직결된 제품인데, 단순히 가격이 싸다고 해서 선택하기엔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며 “BYD가 가격이 아닌 신뢰와 안전성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BYD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강화 ▲정보보안에 대한 투명한 시스템 구축 ▲품질 신뢰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넘어,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가격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