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개항의 역사가 담긴 창고에 근대 문학의 숨결을 불어 넣었다.
‘한국근대문학관’은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시가 힘을 합쳐 만들었다. 2023년 전국 유일의 공공 종합 문학관으로 정식 등록됐다.
개항장 곳곳에는 물건을 보관하던 오래된 물류창고들이 남아있다. 이 중 4개 동은 근대문학을 품은 상설전시관으로 재탄생했다.
옆으로 몇 발짝 옮기면 기획전시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상설전시관과 마찬가지로 개항의 역사가 담긴 건물이다. 1899년 미쓰이물산 인천지점이었고, 인천문화재단 청사로 사용하다가 2020년 10월 기획전시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문학관에서는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뿐만 아니라 문학·인문학 강좌, 북콘서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동네책방과 함께하는 ‘독서 여행’
동네책방을 따라 독서 여행을 떠나보자.
올해도 문학관이 인천지역 동네 서점과 함께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를 펼친다. 책담회를 통해 시민들의 독서문화 향유 기회를 넓힌다는 포부다.
지난해에는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책담회가 찾아왔다. 동네책방 21곳에서 54회 운영됐고, 7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큰 호응을 얻은 만큼 올해는 더 커져서 돌아왔다.
가을에만 열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3월부터 9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게다가 54회차에서 60회차로 책담회 진행횟수도 늘렸다.
먼저 책담회 참여서점을 오는 24일까지 모집한다. 3월에서 9월 중에 책방별로 1~3회 범위에서 신청할 수 있다. 문학관은 회당 최대 8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도서의 저자를 초빙해 시민들과 대화하는 형태로, 책담회 취지에 맞는 도서 전 분야가 해당된다.
다만 한 책방에서 2회 이상 진행하게 될 경우, 최소 1회는 인천 작가를 초빙해야 한다. 인천의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신바람 동네책방 축제’에도 참여해야 한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만나요
언제 어디서나 문학관을 넘나들 수 있다.
인천전시실을 온라인에서도 관람할 수 있는 ‘온라인문학관(VR) 전시’를 구축한 덕분이다. 이는 지난해 인천문화재단 창립 20주년을 맞아 추진됐다.
E-BOOK(이북)과 고화질 사진자료, 인천 근대문학 전문(全文) 열람, 온라인 도슨트 감상 등 온라인 특화 콘텐츠를 마련해 전시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한다.
인천을 형상화한 근대 시와 소설, 인천이 배출한 근대 문인, 인천에서 발행된 근대 문예지를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상설전시실 온라인문학관(VR)과도 연결돼 있으며, 실제 전시실 내부에 있는 여러 체험 장치와 동영상, 음원 콘텐츠 등을 온라인상에서 구현 가능하다.

국내 유일 청소년 문학잡지 ‘빈칸’
한국근대문학관은 2023년 청소년 문학잡지 ‘빈칸’ 창간호를 세상에 내놓았다. 현재 빈칸을 빼면 청소년 대상 문학잡지를 찾아볼 수 없다.
빈칸은 청소년들의 정서 성장과 예술성 함양에 일조하며 청소년 문화 교육에 보탬이 되는 게 목표다. 국내 대표적인 청소년문학 평론가와 작가, 현직 교사 등이 편집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12월 빈칸 2호가 발매됐다.
‘중학생’을 주제로 평론·앙케이트·좌담과 함께 청소년 시·소설·희곡을 담은 창작코너, 10편의 서평과 5편의 대중문화평이 모인 리뷰코너 등을 담았다.
청소년들의 톡톡 튀는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우리들의 네칸’과 ‘포토에세이’ 코너에는 10명의 청소년이 직접 참여했다. 서울·인천·부산지역의 20여 개 중학교 146명의 학생이 참여한 ‘앙케이트’도 있다.
빈칸은 비매품으로 문학관과 인천에 있는 중·고등학교와 도서관 등에 배포됐다. 문학관 누리집에서 온라인 열람 서비스를 제공해 누구나 읽을 수 있다.

개항의 도시에서 문학에 빠지다
매년 수많은 관람객이 문학관을 찾는다.
한 해 3만 명이 방문했던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줄었으나 2022년 1만 7713명, 2023년 1만 8138명, 2024년 1만 9347명으로 차근히 회복 중이다.
현재 문학관 소장자료는 고문헌·문서를 빼고 3만 6000여 점에 달한다. 올해 고문서 관련 조사도 이어갈 계획으로, 조사가 끝나면 소장자료는 5만 점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상설전시실은 근대계몽기(1894~1910)에서 해방기(1945~1948)까지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역사적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잡지형태로 구성됐다. 기획전시로는 오는 5월 25일까지 ‘100년 전으로의 초대 딱지본 소설에 빠지다’가 운영된다.
인천 곳곳에서 문학관의 소장자료를 만날 수 있다.
영화 포스터 등 143점의 자료는 남동소래아트홀에서 오는 28일까지 전시된다. 남동문화재단과 협력해 공동 기획 전시 ‘OFF-SCREEN : 전이와 번역’을 마련했다. 부평문화재단과도 LP 등 음반 관련 전시를 협의하고 있다.
김락기 한국근대문학관장은 “기획전시는 1년에 1~2차례 진행돼 여러 종류의 소장자료를 동시에 보여주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협력할 수 있는 기관들과 공동전시를 준비해 전시 주제에 맞는 소장자료들을 시민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