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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in 수원] 1225명 수원시민이 만든 '새빛'…새 보금자리 마련한 '새벽빛 장애인학교'

2007년 수원 개교 이후 학생 수 70명 규모 성장
수원시·시민단체 도움으로 리모델링 비용 마련
72개 단체 시민 1225명이 7300만 원 모금 성공

 

"새벽빛 장애인학교 이전은 지역의 아픔을 지역이 품어 만들어낸 아름다운 진주입니다"

 

학습과 배움의 의지를 가진 장애인들이 모여 공부하는 수원시의 새벽빛 장애인학교가 시민의 도움으로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

 

권선구 서부로에 있는 수여성병원 3층을 리모델링해 입주한 것. 좁고 불편했던 공간 대신 넓고 깨끗한 공간을 마련하려 했지만 비용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던 새벽빛 장애인학교는 1225명에 달하는 시민의 후원으로 이사를 마칠 수 있었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더해 행복한 학교를 만들 준비가 한창인 새벽빛 장애인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벽빛엔 우리들이 모여 살아요"

 

수여성병원 3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새벽빛 장애인학교'라는 큰 대문이 한눈에 보인다.

 

장애인 학생들을 반갑게 맞는 입구인 로비는 휠체어끼리 부딪히지 않고 교행할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마련됐다.

 

로비 왼쪽 벽면에는 '명예의 전당'이 설치돼 새벽빛 장애인야학 이전을 위해 마음과 성의를 모은 관내 단체와 기관, 개인 후원자들의 이름이 벽면 가득 빼곡하게 담겼다.

 

약 270㎡ 규모의 공간 중 가장 중요한 교실은 안쪽에 배치했다. 2개 교실을 마련해 학습활동 외에도 예술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게 했다.

 

 

첫 번째 교실은 벽면을 전신거울로 설치해 무용과 연극 등의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 유리로 된 외벽 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경관은 창의적인 교육 활동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두 번째 교실도 제법 넓은 공간을 차지해 다양한 학습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복도, 상담실, 사무실, 대기실 등의 공간도 마련돼 이용자들의 편의가 한층 높아졌다.

 

새 교실의 교단에는 신승우 새벽빛 장애인학교 교장이 섰다. 학생들을 앞에 두고 훈화를 시작한 신 교장이 "갑자기 노래가 생각나네요,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 살고요~"라고 선창하자 학생들은 "우리들은 새벽빛에 모여 살아요~"라고 자연스럽게 이어 불렀다.

 

 

◇넓고 깨끗한 공간에서 피어나는 배움 의지

 

시민의 정성으로 새로운 학교에서 새 학기를 맞게 될 성인 장애인 학생들은 맑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학습 의지를 뿜어냈다.

 

어린 시절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진예원 씨(59)는 11년째 새벽빛 장애인 야학을 다니고 있다.

 

검정고시 과정을 통해 중·고등 졸업 자격을 획득한 데 이어 사이버대학교에서 특수상담치료학과 4년 과정을 마치고 관련 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이다.

 

진 씨는 "단칸방 셋방살이를 하다 전세를 얻어 온 가족이 이사한 느낌"이라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우리를 알아주고 마음을 합해주신 시민들이 있어 우리 학교가 존재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윤순 씨(71)도 4년째 새벽빛 장애인 야학을 다니는 학생이다. 지체장애인인 그는 연극반, 사진반 등 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에 나오는 자체로 위로를 받곤 했다.

 

김 씨는 "장애인에게 친절하게 교육을 해주는 학교의 존재 자체가 행복"이라며 "깨끗한 환경에서 배움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시와 시민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신 교장은 "새벽빛 장애인 야학 살리기 운동의 성공은 지역의 문제를 지역이 해결하는 성공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며 "시민이 한줄기 많은 시냇물 같은 희망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가 풀어낸 장애인학교 이전 어려움

 

지난 2007년 오목천동의 한 건물을 임대해 문을 열었던 새벽빛 장애인학교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장애와 차별 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여 장애인 평생교육과 사회참여를 지원해 왔다.

 

새벽빛 장애인 야학이 입소문을 타면서 30여 명 수준이던 학생 수가 점차 늘었고 70명을 훌쩍 넘긴 지난해부터는 공간 부족 문제를 현실적으로 맞닥뜨려야 했다.

 

신 교장과 직원들은 학생들을 위해 보다 넓은 교육 공간을 찾아 나섰지만 차가운 현실과 편견을 직면해야 했다. 적당한 크기의 공간은 예산이 부족했고 타협을 거듭해 어렵게 계약을 약속한 뒤 다시 거절당하는 일도 있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수여성병원 관계자가 건물의 한 층을 반값에 임대해 준다고 손을 내밀었다. 새로운 공간을 찾아다닌 지 1년 만에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인테리어 비용이 또다시 발목을 잡았고 장애인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7300만 원이 필요했다.

 

새벽빛 장애인 야학의 사정을 알게 된 수원시자원봉사센터와 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시민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인테리어 비용을 마련하면서 새벽빛 장애인학교 이전에 '새빛'이 들기 시작했다.

 

 

◇모두가 한마음…시민의 '십시일반' 

 

새벽빛 장애인야학 이전을 위한 모금 운동의 첫 발은 수원시자원봉사센터와 수원경실련, 수원FC가 뗐다.

 

시 자원봉사센터는 장애인 야학 돕기를 나눔프로젝트의 전략형 과제로 선정해 모금 운동을 확산하고자 노력했다.

 

시 자원봉사센터 이사장인 이재준 수원시장은 "시민단체가 장애인 야학 환경개선을 위해 직접 모금활동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시민의 힘으로 나눔을 전파하고 시를 바꾸는 일에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모금활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말에는 매교동 주민인 유복단 씨(73)가 124만 원을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유 씨가 폐지를 팔아 5개월 동안 모은 기부금이었다.

 

당시 유 씨는 "야간학교를 다니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배우지 못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소중하게 쓸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시작 약 3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새벽빛 장애인야학을 위한 모금은 목표액 7300만 원을 달성했다.

 

 

72개 단체와 기업이 참여했으며 기부 인원은 1225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830명은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시민 개인 참여자였다. 시민 1000명 중 한 명이 모금에 동참한 셈이다.

 

이 시장은 "나눔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새벽빛 장애인야학 환경개선 모금에 참여해 주신 후원자들에게 감사하다"며 "시민의 따뜻한 마음이 큰 힘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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