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이를 통해 논란을 조장해서 돈을 버는 일명 ‘사이버렉카’식 보도와 유튜버의 행위에 대해 법적제재가 필요하다는 국회 국민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연예인의 사고와 불행을 스토킹 수준으로 파헤치고 자극적으로 유튜브에 공개해 괴롭히는 일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이런 행태가 반복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이버렉카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처럼 인지도가 있는 유명인의 사건‧사고를 소재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이슈 유튜버’들을 부르는 신조어다. 이들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올린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렉카’(구난차)가 경쟁적으로 현장에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게 이슈가 발생하면 빠르게 몰려들어 누리꾼의 관심을 낚아채려는 모습을 가리키는 것쯤을 생각하면 된다.
이들은 한쪽에서 거짓 찌라시 내용을 그럴듯하게 합성해서 유포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당사자에게 문제가 될 만한 부정적인 의혹을 공론화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하기도 한다. 심지어 사생활 문제를 폭로하면서 당사자에게 되레 해명을 요구하거나 사실 여부를 추궁하면서 ‘정의 구현’, ‘참교육’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사적제재를 일종의 놀이처럼 즐긴다는 것이다.
연예인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알바 코스프레라고 하고, SNS에 설명 없이 사진만 올리면 ‘충격’이네 ‘단독’이네 썸네일에 써서 공개한다. 비방과 혐오의 댓글을 쏟아내게 만들지만 이게 곧 돈이 되는 구조다.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규제나 처벌은 미미하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올해의 ‘성평등 걸림돌’에 사이버렉카를 포함했다. 여성연합은 수익 창출을 위해 자극적인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브 사이버렉카가 “여성과 소수자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고 있고, 성폭력 사건과 여성혐오를 산업화하고 성차별 통념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세상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양상이 젠더화하고 있음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사이버렉카가 여성혐오의 정서를 적극 활용하면서 남녀 갈등 문제를 자극하고 이로 인한 조회수는 물론 댓글 건수의 증가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이버렉카의 콘텐츠와 댓글을 중계하듯 보도하는 언론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2024)이 ‘사이버렉카 제작 유명인 정보 콘텐츠 이용 경험 및 인식’을 조사했더니 언론보도가 유명인의 사건‧사고를 접하는 경로로 유튜브(2위)보다 훨씬 우위였다. 사이버렉카의 의혹 제기만 있었을 때보다 언론을 통해 ‘그랬다더라’ 식으로 퍼 나르면 의혹에 대한 확신을 크게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일종의 괴롭힘 행위임을 알면서도 커뮤니티와 댓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거나 이런 식의 댓글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언론이 일종의 착취 카르텔을 완성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사이버렉카에 대한 형사상 처벌 규정은 많지만 대부분 벌금형이고 이 벌금은 조회 수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해소할 정도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에 사회적 공감이 커지고 있다. 타인에 대한 혐오와 공격이 돈이 된다는 인식을 멈춰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