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왔던 주요 금융정책들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이후 금융당국은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하며 시장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당국은 기존에 추진 중인 금융정책을 차질 없이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4일 오후 3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국정에 공백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당초 계획대로 정책 과제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시장에서는 조기대선 정국으로 전환하면서 각종 정책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행정부에 수장인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으로 인해 생긴 공백이 메워지기 전까지 주요 의사결정에 제약이 생길 수 있으며, 정치권의 협조가 필요한 정책들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처리가 시급한 문제들이 있어 정책 추진 동력 상실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특히 조기대선을 통한 정권 교체 등의 상황까지 염두에 둘 경우, 현안 처리가 차일피일 밀리면서 금융권의 혼란은 한층 커질 수 있다.
대표적인 현안으로는 MG손해보험 정리 방안이 꼽힌다. 메리츠화재의 인수 불발 이후 정리 방안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계약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이 틈을 탄 '공포 마케팅'도 성행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소비자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계약이전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지만, 상품의 구조 등이 복잡해지면서 무작정 타사로의 이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금융그룹의 보험사 인수 문제도 하루빨리 처리돼야 하는 것들 중 하나다. 금융위는 이르면 5월 중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대선 이후로 결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오는 8월까지 보험사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의 모기업인 중국 다자보험 측에 1550억 원가량의 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조정하면서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상태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달 "3등급이 된 요인들을 엄밀히 보고, 요건을 다시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가능성이 있느냐, 조치가 있느냐 하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거기에 따라서 결론을 내겠다"고 말하면서 '조건부 승인'에 대한 기대도 만만치 않다.
가계부채 관리에 있어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행정부 수장의 공백으로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금융당국이 세부적인 정책에 있어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금융권은 정부의 입김이 세 정치적 상황에 긴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조기대선 이후 금융당국 수장들도 대거 바뀔 수 있어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