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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하이에나 저널리즘

 

비상계엄이란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지난 4일까지 123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에 이르기까지 상식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탄핵 이슈는 뉴스 블랙홀이었다. 지난해 12월 29일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도 31명의 사망자를 내고 서울 면적의 80% 정도를 불태운 역대 최악의 영남 산불도 잠시 계엄 뉴스를 뒤로 밀어냈을 뿐이다. 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시할 여유까지 앗아갔다.


계엄이 선포되자 언론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유력 언론들이 스카이데일리와 아시아투데이라는 소위 듣보잡 언론을 방조하거나 유사한 보도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스카이데일리는 탄핵 국면에서 "12·3 불법 계엄 당시 계엄군이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고 했다. 의도적 오보이거나 거짓 보도였다. 이 언론의 조정진 사장은 국민의힘 은평갑 당원 200여 명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5·18은 김대중 세력과 북이 주도한 내란'이라고도 했다. 그는 세계일보 기자 출신이다. 


아시아투데이는 12·3 내란 직후부터 비상계엄을 옹호했다. 다음 날 사설에서 ‘나라를 지키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야당의 하야와 탄핵 시도에 부화뇌동하거나 대통령을 막다른 골목에 내모는 패륜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충실히 이 신문의 주문을 따랐다.  


지난해 12월 5일자 ‘정말 이 정도까지인 줄은 물랐다’는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칼럼은 내란 초기 보도를 대변했다. 전통 언론 대부분의 논조도 이와 비슷했다. 그러던 조선일보가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탄핵 반대 세력에 동조하는 논조로 급변했다. 스카이데일리급은 아니었지만 아시아투데이에 버금갈 정도의 수준을 유지했다. 김건희 여사가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을 걸었다‘는 음성이 공개된 후에도 논지 변화는 없었다. 


한국일보 이준희 전 사장이 탄핵 심판일인 4일 칼럼에서 정치 갈등 원인을 ’훈련받은 대규모 취재 인력을 보유한 전통 언론보다는 유튜버 탓’으로 돌렸다. 이 진단이 공감을 받으려면 전통 언론이 저널리즘 원칙을 벗어난 보도를 검증해 준다는 전제가 따라야 한다. 정치적 편향성이 농후한 학자들을 전문가로 둔갑시켜 탄핵 각하와 기각을 예측하는 지면을 할애하는 행태가 지속되는 한 극우 유튜브와 다를 바 없다. 자칫 더 정교한 여론 왜곡을 낳을 수도 있다.  


KBS, 연합뉴스TV, YTN은 형식적 균형주의에 매몰된 보도로 일관했다. 전국민이 TV로 생중계되는 장면을 목격했음에도 윤 전 대통령 측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검증 없이 보도했다. ‘호수 위의 달 그림자’ 운운할 때는 국민 모두를 실소케 했다. 기계적 균형보도나 검증 없는 단순 중계보도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중앙일보가 탄핵인용 후 ‘尹의 1060일’을 싣고 있다. 윤 대통령이 파멸의 길로 치닫고 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어떤 참모도 직언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부분이 언론이 맡았어야 할 영역이었다. 사후약방문격의 이런 시리즈를 우리는 ‘하이애나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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