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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式 관세 외교에 韓 기업 ‘멘붕’…3개월 유예에 물량 선확보 전쟁”

수출 기업들 “자고 나면 바뀌는 정책”
‘슈퍼 언노운’ 시대, 대응 전략도 안갯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전격적으로 ‘상호 관세 3개월 유예’를 선언하자,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 예측불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기존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관세 대응을 전담하는 ‘플레이북 대응팀’을 중심으로 긴급 회의를 열고, 변화된 상황에 맞춰 물류 및 생산기지 조정 등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겨냥해 25%의 ‘상호 관세’를 언급했고, 일주일 만에 이를 유예하며 정책 방향이 급선회했다.

 

LG는 관세 부과 발표 직후 한국·베트남·태국 등 생산 거점에서 미국까지의 총비용(landed cost)을 분석해 글로벌 물량 조정안을 마련했지만, 트럼프가 각국과 재협상 의사를 내비치면서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역시 CFO 주재로 공급망 다변화, 부품 수급 현황 점검 등 관세 리스크에 대한 대응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트럼프식 통상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을 가장 크게 체감한 기업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현대차의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뒤, 하루 만에 자동차에 한해 ‘1개월 면제’를 발표했다. 이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백악관을 찾았지만, 불과 이틀 뒤 트럼프는 다시 자동차에 25% 관세를 재언급했다. 오는 5월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에도 25% 관세가 예고된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지금은 ‘초(超)불확실성 시대’, 수퍼 언노운(super unknown)의 시기”라며 “기업의 판단과 결정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관세 유예 발표 이후 미국 바이어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생산기지에는 ‘90일 이내 납품 가능 여부’를 묻는 선적 물량 확보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3개월 내 선적이 가능한지에 대한 미국 바이어들의 문의가 하루에도 수차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매년 꾸준히 들어오던 미국발 주문이 올해는 아예 끊겼다”며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문을 닫는 중소기업도 나올 수 있다”고 호소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운영 중인 ‘관세 대응 119’에는 10일까지 총 2389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21건이던 상담 건수는 관세 발표 이후 171건으로 8배 이상 급증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3개월 유예 기간을 ‘협상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정책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미국 측 협상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기업들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통상·외교 정책 공백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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