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안성시 농촌체험휴양마을 협의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우리 지역 농촌이 처한 현실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체험마을 대표님들의 진심 어린 호소는 단순한 민원이나 일회성 건의가 아니었다. 전기세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사무장 인건비 부담으로 인력을 유지하기 힘들며, 체험 콘텐츠는 노후화되고 마을 간 갈등과 행정 지원 부족으로 인해 운영이 중단되는 사례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곧 안성의 농촌정책, 문화관광정책이 얼마나 단절적이고 단기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2025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안성시가 문화와 관광의 융합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이 시점에, 정작 마을문화의 근간인 체험마을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고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체험마을은 농촌의 문화와 역사, 생업이 살아 숨 쉬는 현장이며, 도시민이 쉼과 교육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이 운영비 부족으로 사라지고, 문화정책과의 연계 없이 정책 밖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곧 정책의 실패를 뜻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무장 제도다. 체험마을 운영의 핵심은 사무장인데, 현재 안성시의 자부담 비율은 30%로 전국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충북, 전북, 전남, 경북 등은 대부분 10% 이하 또는 무자부담 운영을 하고 있으며, 이에 비하면 안성은 마을의 생존을 스스로 책임지라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사무장은 단순 인건비 대상이 아니라 마을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외부와 연결하는 핵심 인력이다. 이들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마을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체험마을이 가진 콘텐츠는 각기 다르고 소중하다. 청룡마을의 덜미 인형극, 농산물 체험, 자연학습, 전통문화 콘텐츠 등은 잠재적으로 안성 관광의 얼굴이 될 수 있는 자산이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는 도심 행사에만 집중되고, 체험마을은 무대 밖에 머물고 있다. 문화도시 사업이 체험마을을 외면한 채 행사 위주의 소비성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근본적인 반성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제 안성은 농촌체험마을을 지역 관광정책의 중심축으로 재편해야 한다. 체험마을을 포함한 관광벨트화 전략이 필요하다. 팜랜드, 스타필드, 안성맞춤랜드, 전통시장 등과 연계해 마을이 순환형 관광코스에 포함되도록 구성하고, 학생 체험학습, 가족 단위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을 상설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험마을을 운영하는 마을주민의 자발성과 열정을 행정이 뒷받침해주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마을 콘텐츠 개발, 시설 리모델링, 온라인 예약시스템 구축, SNS 홍보, 관광객 만족도 조사 등은 이제 단순한 지원이 아닌 기본 인프라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사무장이 있어야 하며, 이들의 고용을 안정화하고, 역량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단순 인건비 지원이 아닌, 체험마을 운영 역량을 키우는 인재양성 사업으로 접근해야 한다.
문화도시, 농촌, 관광이 따로 갈 수는 없다. 이제 안성은 부서 간, 정책 간 벽을 허물고 융합과 연계 중심의 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화도시 예산의 일부가 마을 콘텐츠 기획으로 배정되고, 관광정책이 마을과 함께 기획되고, 농업정책이 체험과 교육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진정한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