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경찰청은 평택을 중심으로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발·운영하며 전국 9개 성인 게임장을 개설해 범행을 저질러온 조직원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이들은 지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용해 게임장 개설 비용을 빌려주고, 수익 대부분을 자신이 차지하는 착취 구조로 불법 도박사이트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이다. 특히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청소년층 도박 확산을 근절하기 위해서도 불법 사이트·계좌 차단과 더불어 상시감시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21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불법 도박 장소 개설 등의 혐의로 총책을 비롯한 총 19명을 검거해 이 중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2년부터 평택 등 전국 9개소에 회원 1300여 명, 도박입금액 약 155억 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들은 신축 오피스텔과 아파트에 본사 사무실을 구축하고, 단속 정보를 공유하거나 사무실을 수시로 이전하며 경찰 수사를 피해 왔다.
경찰 수사 결과 범인들은 일반적인 성인 게임장과 달리 총책이 개발한 도박사이트를 각 게임장에 연계해 온·오프라인으로 병행하는 신종범죄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러한 방식은 총책에게 모든 수익이 돌아가는 독식 구조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수익이 낮을 경우 지역 업주들을 본사로 불러 폭언과 욕설로 압박하며 수익 창출을 극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계좌 분석 등을 통해 추적에 나섰고, 결국 운영진 및 전국 게임장 업주 등 조직원 전원을 일망타진하는 데 성공했다.
검거된 불법 도박 범죄혐의자들의 범행 상대는 주로 성인들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문제가 가장 심각한 도박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속절없이 빠져들고 있는 청소년 불법 도박 실태다. 일반적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청소년이 사행심에 빠져서 음울한 일상의 구렁텅이에 빠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청소년 불법 도박은 국내·외에서 운영되는 적지 않은 불법 도박 사이트에 의해서 자행된다.
인터넷 이용률과 스마트폰 보유율이 급증하면서 청소년이 온라인 불법 도박에 노출될 가능성도 한결 높아졌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실시한 ‘2024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 1만 3368명 중 4.3%가 도박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2024년 3월부터 6개월 동안 ‘도박을 계속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19.1%에 달했다. 끔찍한 것은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 8명 중 1명은 불법 대출의 덫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성별로는 남학생(5.8%)이 여학생(2.6%)에 비해 도박 경험률이 높았으며, 교급이 올라갈수록 경험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청소년 응답자 18.5%는 도박을 ‘재미를 얻는 방식 중 하나’라고 인식했다. ‘호기심으로 도박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도 13.8%에 달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적발해낸 불법 도박 사이트 같은 경우도 조금만 방치하면 청소년들에게 파고들어 청춘 파탄을 조장해 애먼 희생을 파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불법 도박사이트 근절을 위해서는 공급자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들은 “정부가 말하는 사이트 차단이나 폐쇄는 VPN 우회 앱으로 충분히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도박사이트 총책이 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대포 계좌밖에 없으므로, 결국 자금줄인 계좌를 막아 영업 자체를 못하게 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의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을 상시 감시하고 운영자 처벌, 사이트 차단, 범죄수익 환수를 철저히 할 것”이라는 각오를 응원한다. 지속 가능한 정책과 철두철미한 예방조치만이 백해무익한 도박문화를 근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