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우리 대학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미국 뉴욕의 데모크라시 프렙 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이 대학을 방문하여 시설도 탐방하고 한국의 식문화도 체험한 후, 학부 학생들과 함께 언어문화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특히 두 학교의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서울 시내 특별한 장소들을 배경으로 일정한 시간 동안 한국어를 사용해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며 과제를 완성하는 한국어 몰입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뜻깊은 교류의 장이 되었다.
참가자들 모두 특별한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 것 같다며 이런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는 소감을 남겼다. 한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오고 싶은 꿈이 생겼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 작은 만남이 이 자리의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미래의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될 작은 씨앗 하나 심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석 달 동안 미국의 선생님과 연락하며 행사를 준비한 필자 입장에서도 보람과 기쁨을 느낀 시간이었다.
데모크라시 프렙 고등학교(Democracy Prep High School)는 뉴욕 맨해튼 북부 지역에 위치한 공립형 차터 스쿨로, 전교생이 3년간 한국어를 필수로 이수해야 하며 졸업 시 뉴욕주에서 시행하는 한국어 졸업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매년 학년별로 글로벌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어 교육과정 마지막 학년인 11학년은 1주일간 한국을 방문한다. 이 프로그램에 선발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업 성적뿐 아니라 모범적인 태도와 성실함, 활발한 봉사활동 등 전인적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한국 방문은 인기가 많고 선발되기도 쉽지 않다.
청소년기에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삶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그것이 평생의 언어 학습으로 연계되고 해당 국가로의 유학과 취업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에 대한 해외 각국의 관심은 해당 국가 청소년들의 자발적 움직임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것이 정교한 정책과 연계된다면 언어문화 교류의 지속적인 확산과 발전은 물론 국가 간 상호협력의 든든한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어교육 현황을 살펴보면, 2023년 기준 47개국 2,154개교에 한국어반이 운영되고 있고 20만 명이 넘는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가 24개국이고 대입시험에 채택하고 있는 국가도 10개국에 이른다. 2014년만 해도 한국어반을 운영하는 학교 수가 1,111개교, 제2외국어 채택 국가가 11개국, 대입 과목 채택 국가가 4개국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정부의 해외 현지 초‧중‧고등학교 한국어반 개설 지원사업이 시작된 것은 1999년 미국 대상 사업이 처음이었고, 이후 2004년부터 호주와 캐나다 등지로 지원이 확대되었다. 2011년에는 태국 내 학교에 한국어 교원이 최초로 파견되었으며 이후 2017년부터는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파견 대상 국가가 확대 시행되고 있다. 체계적인 한국어교육을 위해 2021년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 교육과정 및 교재 개발 보급 사업이 추진되었고, 2024년 기준 총 30개국에 48만 권의 초‧중등 교재가 보급되었다. 필자 역시 인도 중고등학교 한국어교재 개발 사업에 3년간 참여하여 해외 청소년 대상 한국어교육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해외 현지 정규 교육기관 대상 한국어 보급 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한국의 교육기관과 언어문화 교류 확대를 희망하는 해외 현지 학교들은 많은 것에 비해 국내외 교육기관 간 네트워크가 부족하여 내실 있는 프로그램 운영이 부족하다는 점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지 한국어반 개설은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 비해 현지 초‧중등학교 한국어 교사가 부족하다는 점, 교재 개발 보급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지역별, 언어권별, 학습자별 특수성과 여건을 고려한 차별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이 부족하다는 점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9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교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어교육이 한국과 상대국의 교육‧문화 교류에 기여한다는 전제 하에 해외 한국어 위상 제고 및 글로벌 親한‧知한 인재 양성을 목표로 몇 가지 추진 과제를 선포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당면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할지 학계와 교육 현장,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