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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육아휴직 제도, 현장 준수 비율 높일 대책 필요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육아휴직 못 쓰는 게 현실

  • 등록 2025.06.04 06:00:00
  • 13면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관련법이 강화됐지만, 현장 실정은 어림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에 임신 사실을 알리면 권고사직을 요구하는 직장까지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출산 기피 현상으로 세계적인 국가소멸 위기 지적을 받는 나라에서 이게 대체 될 말인가. 미비한 법·제도를 재정비하고 촘촘한 보완책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10∼17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육아휴직 관련 설문조사 결과는 심각하다.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항목에 응답자 42.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출산 휴가의 사용률은 이보다 약간 높다. ‘출산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란 항목의 응답은 ‘그렇다’가 63.4%, ‘그렇지 않다’가 36.6%였다.


고용 형태별로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훨씬 더 열악한 상황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육아휴직이 자유롭지 않다는 응답이 52.3%, 출산 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는 응답은 46.5%로 정규직보다 모두 15%p 이상 높았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도 힘든 데,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마저도 훨씬 더 높다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합리한 것이다. 


직장갑질119의 출산·육아 갑질 상담 사례에서는 아직도 육아휴가를 쓰려고 했다가는 사직을 강요당하는 불이익을 받는 문화가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직장갑질119는 최근 1년 동안 신고된 ‘출산·육아 갑질’ 관련 이메일 상담, 제보가 58건이라고 밝혔다.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리자 권고사직 처리를 해줄 테니 사직서를 쓰라고 압박해 결국 회사가 만든 사직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례도 전해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2023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서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00개 중 육아휴직을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대답한 사업체는 61.4%였다. 5∼9인 규모에서 55.4%, 300인 이상 규모에서는 94.1%였다.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 불가능’이라는 응답은 5∼9인 22.6%, 10∼29인 14.3%로 높았다.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한 실적도 5∼9인은 7.8%, 10∼29인은 10.3%에 그쳤다. 반면 100∼299인은 35.2%, 300인 이상은 55.1%였다. 이용 가능한 평균 육아휴직 기간도 5∼9인에서는 11.8개월이었는데 300인 이상에서는 평균 12.6개월이었다.


육아휴직을 보장하지 않는 기업들이 아직 이렇게 많은 것은 위반 사실을 신고해도 처벌받는 경우는 고작 6.8%밖에 되지 않으니 굳이 지켜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육아휴직이 끝난 다음 ‘복귀 후 지속 근무한다’는 비율이 71.8%로 가장 많았다. ‘복귀하지 않고 그만둔다’는 비율은 13.2%였다. 다만 5∼9인 사업체의 복귀 비율은 67.4%, 300인 이상은 89.9%로 격차가 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은 여전히 저조하다. 스웨덴·포르투갈·덴마크 등은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의 비중이 40% 이상이고, 룩셈부르크는 50%를 넘는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 지원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이를 낳자니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고, 직장을 그만두자니 생계가 막막한 현실 속에서 무슨 수로 출산 의지를 제대로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아이를 낳으면 당장 더 들어가야 할 양육비를 감당할 대책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해주겠다는 공약 이전에,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직장인의 현실을 개선하는 게 우선 아닌가. 마음 놓고 낳고, 안심하고 기를 수 있는 나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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