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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섭의 이심전심(以心傳心)] 우리에게 백년대계(百年大計)는 있는가

 

지금 한국 사회는 감정과 이념의 과잉 속에 균형을 잃고 있다. 여론은 순간적인 정서에 휘둘리고, 정책은 단기 대응에 치우치며 방향성을 잃는다. 논쟁은 많지만, 사회적 합의는 좀처럼 결집되지 않는다. 조급한 공론과 감정적 정치가 반복되면서 국가의 장기 전략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물론 감정은 인간 본연의 속성이다. 그러나 이성과 공동체 정신, 더 나아가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이 함께하지 않으면 감정은 편향으로 흐르기 쉽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사회적 혼란의 근저에는 이러한 균형의 붕괴가 자리하고 있다.

 

인간은 감정만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이성과 함께, 공동체와 미래를 성찰할 수 있는 사고 능력을 지닌 존재다. 감정, 이성, 통찰이 조화를 이룰 때, 개인은 자기 삶을 넘어 국가와 사회를 책임지는 성숙한 주체로 발전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회복해야 할 것도 바로 이 균형 감각이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사심(史心)’이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오늘을 해석하고 내일을 설계하는 집단 지성이자 시대정신이다.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방향은 달라진다. 시류에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공과(功過)를 냉정하게 따져 후손을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자세로 백년대계를 준비해야 할까.

 

첫째,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감정적 여론이 아닌, 이성과 공동체 정신에 기초한 공통의 기준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야 한다. 기준이 흔들리면 사실은 왜곡되고, 정책은 갈피를 잃으며, 사회적 신뢰는 무너진다. 정치는 인기보다 원칙을, 행정은 속도보다 정확성을 우선해야 한다.

 

둘째, 국가의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5,200만 내국인의 나라가 아니다. 700만 재외동포, 2,600만 북한 주민, 2억 명의 한류 팬, 그리고 80억 인류가 한국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국가 전략은 단지 국내 문제 해결에 머물러선 안 되며,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국제사회와 인류에 기여하는 비전을 담아야 한다.

 

셋째, 전략의 틀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교육, 과학기술, 외교, 안보, 복지, 통일, 경제, 문화, 재외동포 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단기성과가 아닌 중장기 안목에서 실효성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한 구호가 아닌 기초 연구와 실태조사, 정밀한 데이터에 기반한 체계적 설계와 구체적 행동지침이 절실하다.

 

넷째, 실천의 지속성과 책임감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실행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진정한 변화는 거창한 개혁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실천에서 비롯된다. 더 이상 말만 앞세우는 정치와 정책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실천이 곧 개혁이다.

다섯째, 경계를 넘어야 한다.

 

국적과 거주지, 출신과 체류 자격을 넘어, 8,500만 해내외 국민·동포가 다양한 네트워크 공동체로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한민족 공동체는 더 이상 ‘닫힌 민족주의’나 ‘한국인 중심주의’에 머물러선 안 된다. 세계평화와 인류공영까지 포함하는 백년대계가 바로 지금, 이 시점에서부터 그려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저출산, 초고령, 인구절벽, 양극화, 북핵,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등 복합 위기 속에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는 기회도 있다. 감정이나 시류가 아닌 이성과 역사를 통찰하는 마음으로 미래를 바라본다면, 100년 후 전략 수립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다음 100년은, 지금 우리가 어떤 기준과 각오로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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