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아리셀 참사(화성 전지공장 화재사고)’ 1주기를 맞아 참사의 원인부터 대응책까지 담은 종합보고서 ‘눈물까지 통역해 달라–경기도 전지공장 화재사고, 그 기록과 과제’를 발간한다고 밝혔다. 도의 자기성찰 기록이자 지방정부가 피해자 목소리로 완성한 국내 최초 ‘피해자 중심’ 종합보고서라는 설명이다. 기억하기조차 두려운 ‘아리셀 참사’의 희생을 교훈 삼을 특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예방·대응 지침서로 활용되어 기록물의 효용성을 더욱 넓혀나가길 기대한다.
보고서는 1부 경기도의 대응, 2부 자문위원회의 분석과 권고로 구성됐다. 1부는 CCTV 분석, 화재 진압과 소방본부의 재현 실험, 긴급생계비·통역·의료·심리지원 등 도의 대응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보고서에는 특히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이주노동자도 경기도민’이라는 선언 아래 법적 지원체계가 불명확한 외국인 유가족까지 차별 없이 지원한 전국 최초 사회적 재난 지원, 재난안전대책본부의 현장 설치, 솔루션회의 등 새로운 대응 체계에 대한 논의 과정과 성과가 포함됐다. 현장 관계자들의 발언을 구술형 기록으로 재구성해 기존 행정 백서와는 다른 ‘기억 중심의 기록물’로 완성됐다.
2부에는 ‘경기도 전지공장 화재 조사 및 회복 자문위원회’ 제언을 중심으로 이민 사회, 노동, 안전정책 전환, 위로금 제도화 등 실제 정책 수용 내용과 향후 과제가 담겼다. 도는 화재 당시 ‘리튬전지 화재에 물을 이용한 소화 방식이 옳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대응 매뉴얼의 적절성을 되짚고 반성과 성찰을 통해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 냈다.
경기도는 우선 ‘이주노동자 보호정책’을 ‘이민사회 정책’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이민사회국을 신설했으며 다음 달에는 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를 개소한다. 이를 통해 노동, 안전, 정착지원, 차별 예방 등 4개 분야 33개 과제를 추진 중이다.
사회적 재난 대응 방식도 손봤다. 법의 사각지대를 넘어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긴급생계비를 지급했고 이후에는 전국 최초로 중경상 피해자까지 지원하는 ‘경기도형 재난위로금’을 정착시켰다.
이밖에 산업 안전정책도 구조적 전환을 모색 중이다. 전국 최초로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도입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산재 예방을 도모하고 노동안전지킴이 인력을 확대하고 산재율을 반영한 정책 인센티브제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근로감독 권한 일부를 지방정부가 공유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무려 32명의 사상자를 낸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는 소름 끼치는 악몽이다. 발생한 지 한 해가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고통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사고 이후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정에서는 “나는 단순 투자자”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현장은 복구 없이 방치돼 참사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사고 현장은 말이 안 될 정도로 허점투성이였고, 허술한 안전의식이 얼마나 참혹한 재난을 불러오는지를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다시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국가사회를 건설해나가는 것이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아리셀 참사’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교훈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사회적 재난의 예방과 대응 매뉴얼로 쓰이길 간절히 바란다”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당부처럼 경기도가 발간한 이번 종합보고서 ‘눈물까지 통역해 달라–경기도 전지공장 화재사고, 그 기록과 과제’가 재난을 예방하고, 사고 발생에 대응하는 유용한 지침서로 발전돼가길 기대한다. 절대로 사고가 나지 않는 사회는 무결점 안전시스템의 구축을 통한 철저한 예방과 허점 없는 대응 매뉴얼의 완성만이 견인한다. 다시 한번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