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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리셀 유가족들, 고통 더 깊어가건만

1년이 지나도록 책임지는 자 한 명 없이 책임만 회피

  • 등록 2025.06.26 06:00:00
  • 13면

약 1년 전인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 쌓여 있던 리튬 배터리 더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첫 배터리 폭발 이후 동시다발적인 폭발이 발생하면서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 사고로 23명(내국인 5명, 중국 국적 17명, 라오스 국적 1명)이 사망했고 8명이 다쳤다.

 

리튬 배터리의 군납 기준을 맞추려는 욕심에 근로자의 안전을 뒷전으로 두면서 불거진 총체적인 인재(人災)라는 것이 경찰의 수사결과였다. ‘군납 기준을 맞추기 위한 검사용 시료 바꿔치기’ ‘타 기관으로부터 받은 시험성적서의 데이터를 조작해 제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하루 평균 생산량의 두 배를 목표로 제조 공정을 무리하게 가동했다. 참사가 발생 이틀 전에도 발열전지 1개가 폭발했지만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숙련되지 않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투입됐고, 공장 내 대피로를 제대로 조성하지 않았다.

 

1년이 지났다. 32명의 사상자가 난 참사였지만 아리셀 대표 등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 유족과 피해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에 23일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는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가족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면서 “23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박 대표는 보석 허가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반드시 살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 24일자 7면, 아리셀 참사 유가족, ‘적반하장’ 박순관에 울분 토로) 사고 이후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자신을 ‘단순 투자자’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였다’, ‘저는 경영책임자가 아니다’라고 책임을 회피하며 사고 원인이 사망한 희생자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불량 전지의 열폭주’로 불이 났고, ‘비상구 설치와 같은 대피경로 확보미흡’이 대형 인명피해의 원인이라고 경찰이 밝혔음에도 말이다.

 

게다가 희생자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민사소송까지 제기하려 했다니 그 후안무치에 말문이 막힌다. 당시 사고로 남편을 잃은 유가족 최현주 씨에 따르면 남편이 “계속 전지에서 미세 발열이 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아리셀은 오히려 제 남편이 방치했고 화재로 이어졌다”고 뒤집어씌우면서 민사소송으로 위협하며 합의하자고 했단다. 합의 조건은 ‘처벌불원서’였다고 한다.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8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업체의 대표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서명해야 하는 것이 맞느냐는 최 씨의 하소연을 재판부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사고 이후 산업안전 관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고조됐다. 하지만 아리셀 측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유가족들의 고통은 하루하루 심해지고 있다. 유가족들은 사고 직후 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 앞에서 농성도 했다. 그럼에도 사측은 진심 어린 사과나 직접적인 보상 조치 없이 사건을 덮으려 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로 인해 깊은 상처도 받고 있다.(관련기사: 23일자 7면, 화성 아리셀 참사 후 1년…아직도 ‘책임지는 자’ 없다)

 

이에 유족들은 수원지법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생명을 경시한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처벌만이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박순관은 법원의 보석 허가로 석방돼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면서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박순관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재판 방청, 서명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리셀 측이 책임 있는 사과와 피해 보상,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내놓길 바란다. 아울러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제도의 촘촘한 정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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